자동차 번호판이 중요한 이유

자기 자신을 감추는 차량 운전자들이 많다. 밤에는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스텔스 카’를 몰고, 번호판 전등의 전구를 빼기도 한다. 번호판을 꺾기도 하며, 특수 안료를 칠하기도 한다. 왜 이처럼 자신을 감추려는 걸까. 목적이 무엇이든 번호판을 가리는 이들은 구린 구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 자신을 감추는 차량’들을 단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건 범죄행위를 하겠다는 신호나 다를 바 없다.[사진=뉴시스]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건 범죄행위를 하겠다는 신호나 다를 바 없다.[사진=뉴시스]

어두운 밤길도 아무 걱정 없이 안전하게 다니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여성이나 아이들은 여전히 밤길을 맘놓고 다니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골목 곳곳 사각지대에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성의 안심귀가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로등을 기존의 어두운 할로겐 전등 대신 밝고 수명 긴 LED 전등으로 교체한다. 모두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다. 

그런데 도로에선 어떤가. 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교통사고로부터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키는 장치들은 꽤 많이 개선됐다. 중요한 건 정작 운전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안전에 제대로 신경을 안 쓴다는 거다. 특히 번호판을 식별 못하게 하는 행위를 하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번호판은 해당 자동차와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 번호판의 디자인은 달라도 가능한 한 눈에 잘 띄게 만드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번호판을 감추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일부러 번호판 위에 달린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게 해서 야간에 번호판 식별을 어렵게 하거나, 번호판을 살짝 꺾어서 과속단속기에 걸리지 않게 하는 건 약과다. 

번호판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장치를 달거나 특수 반사물질을 칠해 아예 단속기에 찍히지 않게 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밤중 가로등도 없는 길을 전조등조차 켜지 않고 달리는 이른바 ‘스텔스 카’도 숱하다. 깜박하고 전조등을 안 켠 것 같지만 대부분 일부러 켜지 않은 거다. 

상용차는 더욱 심각하다. 중대형 트럭의 경우 번호판을 짐칸용 밧줄로 칭칭 감아 글자 일부를 보이지 않게 하기도 하고, 진흙이나 먼지가 묻어있는 번호판을 그대로 둬서 감추기도 한다. 갖가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모두 중요한 범죄행위다.

 

특히 택시는 차량 번호판에만 국한되지 않을 때도 있다. 택시는 특성상 실내에 택시운전 자격증명을 보이는 곳에 두는데, 실내조명을 의도적으로 어둡게 만들어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택시도 있다. 개중엔 본인이 아닌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잠재적 범죄행위가 횡행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관심도 없고 단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처럼 번호판을 감춰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는 행위는 일반적인 위법행위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호판을 감추는 것은 향후 위법행위를 도모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로 볼 수 있어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굳이 번호판을 가릴 이유가 없다. 

따라서 번호판 훼손에 관한 처벌기준을 높이고, 수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버스나 트럭의 경우, 번호판과는 별개로 차량에 페인트를 칠하기도 한다. 상용차의 범죄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자신을 감추겠다는 건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겠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그러니 사전 행동을 못하도록 막아야 하지 않을까. 안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서다. 숨어있는 사각지대인 만큼 정부 당국자와 지자체의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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