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디플레이션

경기지표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지표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65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가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론도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며 곧 반등할 것”이라는 것이다. 올 7월까지 총수요는 줄지 않고, 공급 측면에서 물가하락세가 뚜렷했다는 게 근거다. 인플레이션보다 독하다는 디플레이션, 시작됐을까 과장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경제와 D의 공포를 취재했다. 

0.038% 하락.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첫 마이너스다.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세(전년 대비 7.3% 하락)가 물가상승률을 꺾어놨다. 물가하락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D의 공포(디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란 판단이 들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며, 시장은 위축된다.” 

문제는 지금이 그런 상황이냐는 거다. 한국은행 측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세는 기저효과 탓이다”면서 “올 연말엔 이런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8월 물가상승률이 꺾인 건 맞지만 D의 공포를 운운하기엔 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근거는 총수요가 바닥으로 떨어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1.7%, 2.0% 늘었다. 반대로 공급 측면에선 물가 하락 변인이 많았다. 언급했듯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농산물의 물가가 제자리를 찾았다. 석유류의 가격 역시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부 경제전문가와 경제기관의 말은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나 낮췄는데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면서  6개월 연속 ‘경기부진’ 진단을 내렸다.  최근의 저물가상황은 적어도 올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기지표는 신통치 않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0%에 그쳤다. 1분기 GDP 성장률은 -0.4%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예상한 GDP 성장률 2.2%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제에 활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으로선 경제성장률 6.0%를 사수하는 것도 벅찬 목표가 됐다. 리커창 총리 주재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현재 외부 환경이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변하고 있고,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긴박감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역시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2020년 초까지 미국 경제성장률을 1% 이상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를 인용해 “2018년과 2019년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글로벌 산업생산과 글로벌 등급 둔화와 맞물려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라고 다를 게 없다. 유로존 19개국의 2분기(4월~6월)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쳤다. 1분기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은 최근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을 각각 1.2%로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은 1.8%였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한다면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플레의 초입부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책을 예민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20년 장기불황도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됐다. 한국경제는 디플레의 공포를 떨어낼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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