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리고 달 이야기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보름달 보며 소원은 비셨는지요? 이번 추석은 하늘이 맑아서 전국 어디서든 보름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송편은 빚으셨나요? 저도 딸아이와 열심히 송편을 빚었습니다.

저는 깨 송편을 좋아합니다. 욕심내서 속을 많이 넣다 보니 익힐 때 송편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가득 찬 것보단 조금 모자란 게 낫다는 걸 또 배웠습니다.

201211/초승달/서울/오상민 작가
201211/초승달/서울/오상민 작가

송편은 어떤 모양일까요? 바로 초승달 모양입니다.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 우리는 초승달 모양의 송편을 빚습니다. 보름달로 커지는 초승달이 풍요와 번영, 행복을 상징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그래서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 열심히 송편을 빚었나 봅니다. 초승달은 음력 3일께 뜨는 오른쪽이 둥근 눈썹 모양의 달을 말합니다. 둥글고 매끈한 눈썹을 가진 사람에게 초승달같이 예쁜 눈썹을 가졌다고 하지요. 초승달은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습니다.

 

201211/무지개떡/전남 순천/오상민 작가
201211/무지개떡/전남 순천/오상민 작가
201802/음표/서울/오상민 작가
201802/음표/서울/오상민 작가

짬짬이 본 초승달입니다. 둥근 눈썹 모양의 얇은 초승달이 보입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에 떠있기도 하고 악보 같은 전깃줄 위에 음표처럼 걸려있기도 합니다.

수묵화 같은 풍경 속에 그려져 있기도 하고, 빌딩 벽면에 손잡이처럼 붙어있기도 합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비행기 반대편에도 초승달이 떠있습니다. 언젠가는 비행기를 타고 달나라 여행도 가능하겠지요. 

가득 찬 보름달도 아름답지만 조금씩 채워 나가는 초승달도 이쁩니다. 생각해 봅니다. ‘가득 차고 빛나는 모습만 바라보고 살아온 건 아닐까’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자신을 몰아세운 건 아닐까.’ 

201810/상투/서울/오상민 작가
201810/상투/서울/오상민 작가
201810/수묵화/서울/오상민 작가
201810/수묵화/서울/오상민 작가
201803/빌딩손잡이/오상민 작가
201803/빌딩손잡이/오상민 작가
201804/비행기와 초승달/서울/오상민 작가
201804/비행기와 초승달/서울/오상민 작가

초승달이 커지면 상현달이 되고 보름달이 됩니다. 보름달도, 초승달도 아름답습니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을 뿐 똑같은 달입니다. 무언가를 늘 채워나가는 초승달을 보며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가득 찬 것보다 넉넉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넉넉하기론 초승달도 보름달 못지 않습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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