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❸

지난해 퇴직연금의 적립액 규모는 19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수익률 성적표(2018년 기준)는 1.01%로 초라했다. 원인은 무관심이었다. ‘알아서 챙겨주겠지’ ‘정해진 퇴직금만 지급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기금형 연금제도’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 세번째 편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개인연금과 함께 ‘3층 연금체계’ 중 하나를 책임지는 중요한 노후준비 수단이다. 중요성을 증명하듯 퇴직연금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의 적립액 규모는 190조원에 이른다. 전년(168조4000억원) 대비 21조6000억원(12.8%)이나 증가한 규모, 2013년(8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률은 저조하기만 하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01%로 간신히 1%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 1.87%(신규취급액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5%였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의 덩치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원인이 기업과 노동자의 무관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는 회사가 알아서 챙겨 줄 거라고 생각하고, 기업은 정해진 퇴직금만 주면 된다고 자위한다. 사실 퇴직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수익률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기준금리가 4.00~5.00%를 웃돌던 시절이라 안전한 은행에 맡겨둬도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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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0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4~5%대를 유지하던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2013년 3%대로 떨어진 수익률은 2017년 이후 1%대로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기업과 노동자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적립금 190조원 중 퇴직금이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DB)형의 비중이 63.8%(12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지금과 같은 임금상승률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DB형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지난해 최저임금인상에 힘입어 5.3%까지 치솟은 명목임금상승률이 올해 6월 기준 3.3%로 둔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도 임금상승률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자성과에 따라 퇴직금의 규모가 달라지는 확정기여(DC)형도 믿을 언덕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DC형의 연간 수익률은 0.44%에 불과했다. 필자가 퇴직연금도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는 ‘회사가 알아서 챙겨주겠지’라는 무관심에서, 기업은 ‘정해진 퇴직금만 적립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노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선정한 외부전문기관에 퇴직금의 운용을 맡기고 해마다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DB형이든 DC형이든 ‘빨간불’

장점은 숱하다. 무엇보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퇴직연금의 운용방향과 자산분배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와 수익률 경쟁을 꾀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향한 노동자의 관심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발의된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법안은 국회에 낮잠 중이다. 퇴직연금은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이다. 수익률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는 늦춰선 안 되지 않을까.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정리=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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