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긴장해도… 주택물량 줄지 않았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됐다시작할 때부터 순탄치 않았다. 2년 만에 제도를 없애는 법안이 올라오더니7년 만에 제도가 폐지됐다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9년 정부는 다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한쪽에선 “주택공급물량이 줄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다른 한쪽에선 “어차피 가격은 다시 오를 텐데 뭣하러 제도를 추진하느냐”라면서 빈축을 쏟아낸다5년 만에 다시 시작된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분양가 상한제와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5년 만에 부활했다.[사진=뉴시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5년 만에 부활했다.[사진=뉴시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5년 만에 부활했다. 국토교통부는 8월 12일 공공택지에 적용됐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 폐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 5년 만의 재등장이다.

재건축을 규제하는 대책이 나오면 늘 그렇듯 재건축·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조합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끝낸 곳은 해당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조합 측의 요구사항이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을 넘긴 사업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안에서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10월에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된다고 해서 바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토부가 시기를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예고된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시기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말이다. 국토부와 다른 의견이다. 홍 부총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강력한 대응 효과가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을 점검하며 시행 시기를 조절할 것이다.”

재건축 조합이야 재산권이 달린 문제이니 그들 입장에서 절박한 것이 당연하다. 정부도 건설경기 등을 고려하면 셈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이슈는 여러 가지다. 

‘단기간 부동산 가격을 짓누를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기존 아파트 가격을 더 띄운다’ ‘아파트 공급 의지를 꺾어 시장을 왜곡한다’ 등등. 홍 부총리가 우려한 부분 역시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재건축 공급의 감소’다. 이 걱정은 어느 정도로 현실성이 있는 걸까.

 

분양가 상한제의 타깃은 명확하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 어쩔 수 없다. 서울에서 새롭게 공급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강남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재개발과 관련이 있어서다. 

부동산114의 자료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눈앞에 둔 아파트 30개 단지(2019년 7월 기준) 중 7곳은 강남3구에 있다. 서울의 자치구가 2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비중(23%)이 상대적으로 크다. 2022년까지는 강남3구는 서울 내에서 재정비 사업장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타이틀을 좋든 싫든 갖고 있어야 한다. 

정말 아파트 더 안 팔까

그럼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실일까. 시장 논리에 따른다면 그렇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재건축에 부담을 느낀다면 공급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비판하는 측도 이런 점을 꼬집는다. “재건축 규제는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파트 공급이 줄면 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 논리이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반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추이를 따져보면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물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계추를 2007년으로 돌려보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됐던 바로 그해다. 이 무렵, 주택 공급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시점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2년 전인 2005년부터 폐지 2년 후인2016년까지로 잡았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2006년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이하 주택물량)은 각각 5만1797건, 3만9694건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된 해인 2007년 주택물량은 6만2842건으로 이전 2년보다 되레 늘었다. 2007년 4만8417건을 기점으론 감소세가 그려졌다. 2009년 주택물량(3만6090건)은 2007년(6만2842건) 대비 42%가량 줄었다. 

그렇다고 주택물량이 계속해서 감소한 건 아니다. 2009년 바닥을 찍은 주택물량은 2010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2010~2013년 3년 동안엔 연 7만~8만건의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물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강남이 그렇게 중한가

주목할 점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에도 주택물량이 들쭉날쭉했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완전히 폐지된 후 2년간 주택물량은 10만1235건(2015년), 7만4739건(2016년)이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던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물량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를 우려하는 측이 근거로 삼는 것은 물량만이 아니다. 어차피 가격은 오른다는 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간, 서울 주택가격은 어떻게 변했을까. 주택 인허가 물량을 살펴본 기간(2005~2016년)과 동일하게 서울 주택 매매가 변동률을 확인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기 2년 전인 2005년 서울 주택 매매가 변동률은 6.3%였다. 2006년에는 매매가 변동률이 두자릿수대로 올라서 18.9%를 기록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자 매매가 변동률은 2007년 5.4%, 2008년 5.0%, 2009년 2.7% 등으로 내림세를 띠었다. 2010~2013년엔 -1.2%, -2.9%, -1.4% 바닥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자 매매가 변동률이 꿈틀댔다. 주택매매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던 시기의 서울 주택 매매가 평균 변동률은 1.13%였다. 상한제가 폐지 이후인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평균 변동률은 4.13%였다. 

 

이를 근거로 분양가 상한제를 반대하는 쪽은 ‘로또아파트’를 입에 담는다. 분양가 상한제가 마지막 정책이라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숱한 실패를 경험한 정부도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다. 신규 주택가격을 분양가 상한제로 관리하고 그 이후엔 전매를 규제해 가격폭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발표하면서 ‘5~10년의 전매 제한’을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규주택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다.

어차피 오른다는 믿음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 시세 차익을 엄청나게 얻을 수 있는 건 저렴하게 분양된 그 주택이 결국 시장에 이미 공급된 이른바 재고주택의 가격을 추종하기 때문“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전매 제한으로 벌어 둔 5~10년의 시간을 이용해서 재고주택의 가격을 잡으면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의 분양가 상한제는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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