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기부등본의 법적 효력 없다고요? 
부동산 등기부등본의 법적 효력 없다고요? 
  • 이동주 변호사
  • 호수 355
  • 승인 2019.09.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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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❽  등기와 소유권

우리는 부동산을 거래하기 전 등기부등본을 살펴본다. 소유권과 저당권 등을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하는 게 거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등본의 법적 효력이 아예 없다면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와 이동주의 알쏭달쏭 부동상 법정, 여덟번째 이야기다.

부동산 등기부의 공시력은 인정되지만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부동산 등기부의 공시력은 인정되지만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내 집이 내 집인 걸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뭘까. 대부분의 사람이 ‘부동산 등기’를 떠올릴 거다. 등기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국가 기관이 법적 절차에 따라 등기부에 부동산이나 동산ㆍ채권 등의 담보 따위에 관한 일정한 권리관계를 적는 일.”

실제로 우리는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할 때 등기부등본과 마주한다. 소유권 보존, 이전, 설정, 변경, 처분의 제한 또는 소멸 등의 ‘권리관계’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이 이런 등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최근 등기부등본의 신뢰에 금이 가는 판결이 나왔다. 6월 20일 대법원은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한 부동산이더라도 소유권은 명의자가 아닌 원소유자에게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놨다. 이 판결엔 “누가 진짜 땅주인인지 여부는 등기부 기재와 무관하게, 실제 권리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국 법원은 과거에도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 등기소는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제출됐는지, 제출된 서면이 필요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지만을 따진다. 실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신청인지를 두고는 심사할 권한이 없다.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면 실제 거래가 어떻게 됐든, 등기내용에 따른 효력을 법으로도 인정해야 한다. 간단히 등록할 수 있는 몇장의 서류가 큰돈을 주고받는 부동산 거래시장의 흐름을 온전히 대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등기 공신력 불인정’이 현명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꽤 심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탈세ㆍ투기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부동산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 명시된 조항을 보자. “부동산 소유권 등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의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차명부동산 소유주=실소유주”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등기를 허위로 기재하는 ‘차명보유’에 따른 소유권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전ㆍ월세, 매매 계약에서 유일하게 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문서가 등기부등본뿐이라는 점도 문제다. 등기부등본을 대신해 소유권의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 법원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할 때 수수료를 받으면서,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등기를 철석같이 믿고 거래하더라도 우리의 권리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 다행히 일부 보호받는 경우가 있다. 일단 명의신탁(자신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하는 행위)의 경우,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등기부상의 소유자 명의(가짜 소유자)를 선의로 신뢰한 사람에게는 해당 등기를 전제로 거래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등기부에 적힌 효력을 그대로 인정한다. ‘당사자 간의 합의로 실제로는 아무런 등기변동의 원인이 없음에도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권 설정 등 허위 등기를 해놓았더라도 이를 선의로 신뢰한 제3자’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가 취소되더라도 그러한 착오에 기한 등기를 선의로 신뢰한 제3자’ ‘기망이나 협박에 기해 등기 관련 의사표시를 한 후 사후적으로 이를 취소하더라도 이미 완료된 등기를 선의로 신뢰한 제3자’.

물론 이는 법원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신력을 인정해주는 것뿐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이런 복잡한 법조항을 따지는 일이 아니다. 등기부를 인정할 수 없다면, 그와 비슷한 안전한 서류로라도 부동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원한다. 등기부등본을 볼 때마다 “믿을 수 없다”며 진짜 집주인을 찾아 나설 순 없는 일이다. 대법원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이미 2016년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지만, 제도적 보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권리관계 적힌 문서는 등기뿐

이 때문에 국민들은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권리보험’에 들기도 한다. 등기부상 내용이 실제 권리 관계가 일치하지 않거나 이중매매, 문서 위조 등 사유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그 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공신력 부정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보험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됐다. 물론 권리보험을 들면 리스크를 줄일 순 있겠지만, 불완전한 법제도 때문에 생긴 위험이란 점에서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보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부동산을 사고파는 건 골머리를 앓는 일이다. 내 집을 두고 내 집이라고 적힌 유일한 문서인 등기부마저 믿을 수 없다면, 우린 대체 뭘 믿어야 하는 것인가.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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