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재무상담에서 보험료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돼있거나 보험료가 과하게 책정된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지하면 계약조건에 의해 뼈아픈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효과적으로 보험료 낮추는 법을 소개한다.

감액완납제도를 활용하면 보험료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액완납제도를 활용하면 보험료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로 12년간 비상금을 모은 사실을 숨겼던 한상진(43·가명)씨와 김보희(38·가명)씨 부부. 가벼운 마음으로 재무상담을 받으러 왔던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비상금을 공개하게 됐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가 속았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 김씨는 예금통장에 430만원을 저축해두고 있었다. 12년간 모은 것 치고는 꽤 적은 액수인데, 여기엔 사정이 있었다. 김씨는 비상금을 주로 자신의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으로 썼다. 맞벌이인 한씨 부부 대신 김씨 부모님이 오후에 두 자녀를 돌봐주는 데다 밑반찬도 자주 챙겨주고 있어서다. 부부가 공식적으로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있지만 한씨는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만큼 더 챙겨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김씨가 이런 생각을 남편과 공유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씨는 비상금을 숨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가면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은 덮어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부부 사이에 의심이 깊어지고 돌이키기 힘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씨의 행동도 아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결혼하기 전 PC방 사업을 했던 한씨는 항상 수백만원씩 비상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곤 했다. 예상치 못하게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잦아져 생긴 습관이었는데, 결혼 후에도 계속됐다. 인센티브를 받을 때마다 한씨는 아내 몰래 주식에 쏟아부었다. 이는 영업직 특성상 들쭉날쭉 급여를 맞추는 데 쓰기 위한 것으로, 한씨는 급여가 300만원보다 적으면 비상금으로 부족분을 맞췄다.

현재까지 한씨가 모아둔 비상금(주식)은 6740만원. 부부는 몇년 전 매입한 아파트(인천 남동구 남촌동·1억9500만원)의 대출금(현재 잔액 3000만원)을 갚고 있는데, 한씨의 비상금을 쓰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한씨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까지 투자해왔던 남북경협주·바이오주 업황이 나빠지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 1순위는 ‘대출상환’이다. 필자는 현재의 상황에선 한씨의 비상금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무이자가 아닌 이상 빚은 오래 둬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씨도 주식시장이 한동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부는 논의 끝에 주식 상당부분을 처분해 대출잔액을 모두 갚기로 결정했다.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부부의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식비와 생필품 구입에 쓰이는 생활비(130만원)다. 맞벌이인 부부는 회사에서 점심값이 지원돼 식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직장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부부가 술을 마시거나 디저트 카페를 찾아다닌 게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약 60만원).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이 사실을 절감하고 20만원 줄인 110만원으로 생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보니 할 만하다고 판단한 부부는 생활비를 20만원 더 줄인 90만원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다음은 통신비(25만원)다. 부부는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요금제(각 8만원)를 이용하는데, 이통사가 서로 달라 할인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부부는 한씨의 이통사로 이동해 가족결합할인(4만원)을 받기로 했다. 아울러 한씨가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김씨에게 데이터를 나눠주는 식으로 김씨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낮췄다(8만원→5만원). 이렇게 통신비는 총 25만원에서 18만원으로 7만원 줄었다.

월 29만원씩 내던 대출금은 한씨가 대출금을 갚기로 결정하면서 ‘0원’이 됐다. 다음은 45만원의 문화생활비다. 이중에서 부부가 함께 쓰는 비용은 한달에 1번 정도 가는 야구장 관람비용이 전부다. 한씨는 종종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다니고, 김씨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곤했다. 지난 상담에서 비상금을 공개한 이후로 많은 얘기를 나눈 부부는 “요새 골프장·영화관에 갈 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대화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덕분이다. 문화생활비는 45만원에서 20만원으로 25만원 절감됐다.

보험료(60만원)도 단연 줄이기 대상이다. 한씨에겐 종신보험(20만원)과 건강보험(14만원)이 있고, 김씨는 건강보험에 월 12만원을 납입 중이다. 두 자녀 명의의 건강보험(각 7만원)도 있다. 대부분의 보험은 납입 중간에 해지를 할 경우 가입자가 손해를 보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감액완납제도를 활용해 보험료를 낮추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감액완납제도를 신청하면 가입자는 해약환급금을 활용, 매월 내는 보험료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주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이들이 많이 찾는 제도로, 보험기간과 보험금 지급조건 등이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제도를 활용하면 해지환급금이 그만큼 줄고 보장내역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씨의 경우 종신보험은 감액완납제도를 적용해 보험료를 낮추기로 했다. 이 보험은 사망 시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갱신형인 탓에 100세까지 보험료를 내도록 설계돼 있어서다. 한씨 가족이 가입한 건강보험들은 전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 보험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60만원에서 33만원으로 27만원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는 경조사비를 지출항목에 추가했다. 부부가 지난해 쓴 경조사비의 평균치를 계산해 보니 월 13만원 정도면 적당할 듯했다.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생활비(40만원)·통신비(7만원)·대출상환(29만원)·문화생활비(25만원)·보험료(27만원) 등 12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경조사비(13만원)가 추가됐으므로 부부는 총 115만원의 저축여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다. 부부는 대출상환 외에 ‘비상금 3000만원’ ‘신축 아파트 이사’ ‘노후자금’ ‘자녀교육비’ 등의 목표를 잡았다.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