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몸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몸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칼럼(더스쿠프 351호 비에 녹지 않는 풀)에서 필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살이 빠질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전에 중국인의 식습관과 거기서 비롯된 오해를 살펴보자.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을까 싶다. “중국인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도 날씬한 이유는 차茶, 양파 등을 많이 먹어서다.” 맞는 말일까. 기름진 음식을 무한정 먹은 후 양파를 먹거나 녹차를 마시면 살찔 우려를 확 덜 수 있을까.

이 답을 풀기 위해선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많다. 평균적으로 중국인이 날씬한지, 그들의 음식에 얼마나 많은 기름이 끼어있는지 등이다. 영양전문가로서 차류나 양파 덕에 날씬한 체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고열량 음식의 섭취, 운동 부족으로 축적되는 체지방을 특정 성분이 막아줄 거란 생각은 바람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채소 등 음식을 기름에 볶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은 개혁·개방 이후 몰려온 서구화의 영향으로 크게 달라졌다. [※ 참고: 센 불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낸 채소의 열량은 담백한 통밀빵 한조각보다 높을까? 시각적으론 기름이 철철 떨어지는 볶음채소의 열량이 높아 보일 테지만, 그렇지 않다. 기름으로 볶아낸다고 모두 지방이 되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중국인 중 비만 인구는 폭발적 추세로 늘어나 2002년엔 2억명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이 됐다. 지방을 제거해준다는 차를 제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비만을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먹은 대로 저장되고, 열량은 몸을 움직이는 만큼 사라진다. 몸을 움직이기 싫다면 덜 먹는 게 방법이다. 식욕을 오직 인내로 제어해야 한다는 건데, 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본능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과학적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회맹판(Ileocecal valve) 다이어트’를 제안하려 한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CCK)이라는 호르몬에 있다. CCK는 위를 통과한 미즙이 샘창자로 들어갔을 때 창자의 벽에 위치한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일종의 식욕억제호르몬이다.

회맹판은 소장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포만감을 조절하는 관문이자 밸브 역할을 한다. CCK가 시상하부에서 작용, 회맹판을 지나는 음식물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많은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CCK의 분비를 자극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CCK는 죽같이 변한 산성의 미즙이 소장으로 넘어올 때 그 속에 포함된 지방산과 아미노산에 의해 자극돼 분비된다.” 미즙에 지질 함량이 많을 경우 CCK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미즙에 더 많은 지질을 넣을 수 있을까. 다음 칼럼에서 상세하게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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