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펀드 논란의 진짜 문제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과 얽힌 사모펀드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조국 일가가 불법을 저질렀느냐’ ‘조국 장관이 거짓해명을 했느냐’가 논박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 논란의 위험성은 따로 있다. 조 장관이 이 의혹에서 자유로워지면 권력자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모펀드를 굴릴 게 뻔해서다.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의 A대표 “이름값으로 시장을 흔드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국 펀드의 진짜 문제점을 취재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장관직 임명 이후에도 새로운 의혹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조 장관의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 역시 논란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블라인드 펀드라서 어디 투자하는지 몰랐다” “5촌 조카 역할 알지 못했다” 등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결국 검찰이 칼끝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로 향했고, 의혹의 핵심인물인 5촌 조카는 구속됐다.

한편에선 이런 의혹 제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실정법 위반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이 사실인양 보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대중들이 사모펀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의혹”이라면서 쏘아붙이는 이들도 있다.

정말 조 장관 가족의 투자는 문제가 없을까. 지금의 의혹이 사모펀드 업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A씨를 만났다. 그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더스쿠프와의 인터뷰에서 “(조 장관의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달여 A씨는 또 다른 비판과 새로운 우려를 내뱉었다. “진짜 문제는 언제든 제2의 조국 펀드가 물밑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조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 조국 일가의 펀드 투자, 정말 문제가 없는가.
“드러난 사실만으로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

✚ 조 장관 가족이 운용에 개입한 정황도 보이는데.
“펀드 운용에 깊숙하게 개입했어도 법으로 어쩌진 못한다.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의 운용과 투자를 분리하도록 하는 원칙만 세워뒀다. 처벌 조항은 없다. 운용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는 투자자를 들어본 적 없다.”

✚ 운용에 개입했다면 직접투자다. 공직자윤리법에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조 장관이 펼쳐온 논리라면 피할 수 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사모펀드 자체는 간접투자로 구분된다.”

검찰 수사에서 조국 장관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에서 조국 장관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여론이 제기하는 의혹이 과하다는 주장인가.
“법적인 요소만 두고 봤을 땐 그렇다는 거다. 운용자산 대부분을 관급공사를 하는 업체에 투자한 점, 조국 장관의 부인이 사모펀드 관련 회사에서 자문료를 받은 사실, 사건 관계자가 해외에 도피했던 점 등을 따져보면 국민 눈높이에서 수상쩍은 요소가 너무 많다. 이런 게 다 해명돼도 본질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조국 장관 가족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목적이다. ‘주식 투자 대신 사모펀드 투자를 했다’는 설명은 납득이 어렵다. 시중에 있는 수많은 투자 상품을 다 놔두고 왜 하필 콕 집어 사모펀드 투자인가.”

갈수록 커지는 사모펀드 논란

✚ 결국 조 장관이 숱한 의혹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건가. 

“‘사적인(Private) 투자’다. 내 재산 내가 불리는 게 문제가 될 순 없다. 미디어에서 드러난 자금흐름엔 불법요소가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돈을 사적으로 주고받은 것뿐이다. 조 장관 가족의 돈이 사모펀드를 통해 이곳저곳으로 흘러들어간 걸 문제 삼긴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 문제가 없는데 왜 무서운가.
“조 장관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면, 권력이 있는 누구든 ‘제2의 조국 사모펀드’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 누구나?
“샅샅이 감시되는 주식거래와 달리 사모펀드의 투자자 목록이나 운용내역은 감독기관에서 일일이 감시하지 않는다.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거액의 수익이 나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 그게 사모펀드 시장의 룰 아닌가.
“맞다. 룰이 자유롭다고 우리 업계가 중구난방으로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다. 국내 경영참여형 PEF 대부분은 튼실한 비상장사를 인수한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를 실현한다. 인수ㆍ합병(M&A)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이해상충 요소가 적어 선호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운용사는 투자 타깃이 된 기업이 얼마나 성장성이 뚜렷한가를 살핀다. 코링크PE는 이런 투자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 피투자기업 웰스씨앤티도 비교적 고성장했다.
“IPO를 통해 큰돈을 노릴 만큼 매력적인 회사처럼 보이진 않는다. 익성, 더블유에프엠 등 코링크PE가 투자한 다른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들을 중심으로 복잡한 자금흐름이 오갔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단순히 IPO를 노린 게 아니다. 특정한 목적을 두고 ‘설계’를 했다. 돈을 주고받은 것 역시 설계에 따라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때 내가 드는 의문은 하나다. 일반 사모펀드가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 그게 무슨 말인가.
“‘조국 가족이 우리 펀드에 돈을 댔다’ ‘이 펀드는 조국 민정수석의 것’이란 말 한마디만 있다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쉬워진다는 얘기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보자. 대형 운용사를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가 가장 애를 먹는 건 투자 대상 기업의 CEO를 만나는 일이다. 아무리 화려한 트랙레코드로 치장해도 거들떠도 안본다. 사모펀드에 부정적인 인식도 많고, 실제로 경영권을 위협할지도 모를 일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권력이 있는 누군가가 투자한 펀드라면 그땐 이들의 눈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조국 가족이 투자한 펀드란 걸 몰랐을 수 있지 않나.
“나 역시 자금을 받은 기관투자가의 눈치를 본다. 투자와 운용이 분리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해도, 칼로 물 베듯 쉽지 않다. 하물며 개인투자자, 그것도 권력자라면 어떻겠는가. 조국 장관이 굳이 펀드 투자에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그냥 그 이름 자체가 힘이다.”

✚ 조국 장관의 해명처럼, 정말 관련이 없어도 문제란 얘긴가.
“조 장관의 투자에 개입 정도가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조 장관 이름 하나만으로도 시장에선 불법ㆍ편법적인 일을 벌일 수 있다. 조 장관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라면 누구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

✚ 해결방법은 없을까.
“지금이라도 이들의 사모펀드 투자를 규제할 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주식투자보다 더 예민하게 이해관계가 부딪칠 수 있는 곳이 사모펀드 업계다.”

주식투자만 금지하는 게 법인가 

✚ 공직자윤리법은 주식투자만 금지하고 있다.

“낡은 법이다. 당시만 해도 불특정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를 펀드의 전부로 여겼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공모펀드 시장 규모를 앞서고 있다.”

✚ 고위 공직자 사모펀드 논란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 십수년 있었는 데도 이런 전략을 떠올려 본적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참 쉬운 일이었구나’란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이름값을 활용해 은밀하게 자산을 불리는 권력자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당시 조국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자리를 맡고 있었다.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더 신중했어야 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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