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와 AI

중국말은 ‘성조聲調(말의 높낮이)’가 심하다. 같은 ‘마’라고 발음해도 성조에 따라 어머니, 꾸지람, 말 등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중국말을 배우기 힘들어하는 이유다. IBM은 ‘만다린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과제를 풀어냈다. 배경엔 성조까지 분석해낸 인공지능(AI)이 있었다. IBM과 더스쿠프(The SCOOP)의 통통通通 테크라이프, 중국어와 AI 편이다. 

IBM의 만다린 프로젝트는 가상의 중국 거리에서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거리 풍경.[사진=뉴시스]
IBM의 만다린 프로젝트는 가상의 중국 거리에서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거리 풍경.[사진=뉴시스]

새로운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가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는 건 쉽지 않다. 언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인과 직접 부딪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게 외국어 공부의 왕도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여행이나 어학연수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한 대학교 중국어 수업에선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중국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여권 없이도 매 수업마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수업의 비밀은 뭘까.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교와 IBM의 ‘만다린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중국어 공부는 미국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교육 중 하나다. 미국 국무부가 70여년간 미국 외교관들에게 언어 교육을 하면서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어를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하기 위해선 최소 88주, 2200시간 이상의 학습이 필요했다.

이유가 있었다. 중국어에 쓰이는 한자만 해도 5만자가 넘는다. 이중 자주 쓰이는 상용한자만 해도 2000여자다. 이렇듯 많은 한자를 단순암기식으로 외우라고 한다면 ‘중국어는 지겹다’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공과대학인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교는 이 난제를 해결할 열쇠를 ‘인공지능(AI)’에서 찾았다. 글로벌 IT기업 IBM과 협업해 만다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CIR(Cognitive Immersive Room)’이다. ‘몰입형 교실 환경’이라 불리는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종이와 펜이 주를 이뤘던 교실에 특별한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먼저 AI 기술을 지원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중심으로 교실에 360도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입체음향 오디오 시스템, 여러대의 카메라, 센서, 마이크 등을 놓으면 CIR이 완성된다.

성조 틀리면 AI가 지적

CIR의 작동 방식을 보자. 먼저 학생이 교실에 들어서면 360도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중국의 거리가 펼쳐진다. 그곳엔 중국인들이 있다. 공원에서 체조를 하거나, 식당ㆍ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상인물이다.

학생이 이들에게 접근을 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화가 시작된다. 교실 전체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들이 학생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IBM AI 왓슨의 음성인식, 자연어 이해 및 대화 기술을 통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주문하거나, 가게에서 제품을 살 때 필요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러가지 상황이 미리 제시돼 있어 게임처럼 하나하나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울 수 있게 유도하는 학습 방식이다.

단순히 대화만 오가선 중국어를 습득할 수 없다.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말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성조聲調다. 똑같은 ‘마’라는 발음도 성조에 따라 ‘어머니’ ‘마麻’ ‘말’ ‘꾸짖다’라는 네가지 뜻을 지닌다. 영어에는 성조가 없기 때문에 중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로선 여간 까다롭지 않다.

만다린 프로젝트는 이 문제도 해결했다. AI를 활용한 ‘피치톤 윤곽 분석 기술’을 통해 학생들은 어려운 중국어 발음도 척척 고칠 수 있다. 학생이 발음한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이를 원어민의 발음과 비교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특정 음절에서 문제가 되는 발음을 금세 수정할 수 있다. 굳이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가상의 환경에서 어휘와 발음을 연습할 수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특수장비를 착용할 필요도 없다. 교실에서도 충분히 학생들은 가상환경에 몰입해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교의 헬렌 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과 부교수는 “교수로서 이런 기술적인 시도는 처음이다”면서 “만다린 프로젝트를 활용한 덕분에 중국어를 한번도 접한 적 없던 학생들이 수업 과정을 잘 따라올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한국IBM 소셜 담당팀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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