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경제심리 냉각되지 않게 정치 복원해야
[양재찬의 프리즘] 경제심리 냉각되지 않게 정치 복원해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56
  • 승인 2019.09.23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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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회장의 ‘버려진 자식’ 한탄
정치권이 정쟁에 빠져있는 사이, 버려지거나 인힌다고 느끼는 국민이 늘고 있다. 여야 정당이 국회에서 토론하면서 입법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정치권이 정쟁에 빠져있는 사이, 버려지거나 인힌다고 느끼는 국민이 늘고 있다. 여야 정당이 국회에서 토론하면서 입법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우리 속담에 자식과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다. ‘새끼 많이 둔 소 길마 벗을 날 없다’고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손톱 발톱이 젖혀지도록 벌어먹인다’처럼 건사한다. 아울러 ‘열 손가락에 어느 손 깨물어 아프지 않을까’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하며 돌본다. 

우리네 자식사랑은 유별나다. 자식이 속을 썩여도 내색하지 않는다. 자식사랑이 지나쳐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여간해서 내뱉지 않는 말이 ‘버린 자식’ ‘내놓은 자식’ 등이다. 끝내 이런 말이 부모나 자식들 입에서 불거져 나오는 집안의 일이 온전할 리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표현이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대 규모 경제단체 회장에게서 나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된 것 같다”며 토로했다.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란 공식 석상에서 한 작심 발언이다. 

8ㆍ9 개각 발표 이후 한달도 넘게 숱한 경제 현안과 이슈들을 삼킨 ‘조국 블랙홀’ 상황을 빗댄 발언으로 보인다. 박 회장 말대로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오는데도 경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를 두고 청와대와 국회, 여야 정당 등 정치권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꼈는지 ‘버려지고 잊혔다’는 극한 표현을 썼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자 사면초가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경제를 흔드는 판에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피격으로 국제유가까지 들썩인다. 글로벌 복합불황 우려에 유럽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가속화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도 두 달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세계 각국이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다.

대내적으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더해졌다.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와 신산업 태동을 지원하는 규제완화가 절실한데 정치권은 조국 사태를 놓고 ‘진영 감정’으로 대립하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공전시킨다.  

경제인들이 느끼는 버려짐을 일반 국민이 모를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조국 사태 이후 6주 연속 하락했다. 급기야 한국갤럽의 9월 셋째주 조사에선 40.0%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선 득표율(41.1%)을 밑도는 수치다. 

특히 취업난에 고단하고 공정하지 못한 행태에 분노하는 20대가 대거 이탈했다. 추석 전 9월 첫 주 47.0%였던 국정 지지율이 39%로 급락했다. 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층이었던 40대 지지율도 53.0%에서 49.0%로 내려갔다.  

부정평가 이유에 민심이 묻어난다. ‘인사 문제(29.0%)’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20.0%)’ ‘독단적ㆍ일방적ㆍ편파적(10.0%)’ 등의 순서로 조국 파동과 그에 따른 경제ㆍ민생의 어려움 가중이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정치권이 그들만의 리그, 정쟁政爭에 빠져 국정 운영과 민생에 소홀하자 각 부문에서 버려지거나 잊힌다고 느끼는 국민이 늘고 있다.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푸대접받거나 소외되고 있다며 정치를 외면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黨층이 많아짐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올해 2.4~2.5% 경제성장이 가능하다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2.0% 달성도 어렵다고 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왜 국회에 묶여 있는 근로기준법(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 다수 민생ㆍ경제 법안 처리에 더 공을 들이지 않는가.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9.4%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낮다. 

한국은 정치가 국민을 건사하기보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교회와 성당의 예배와 미사에서 정치와 정치인은 단골 기도 대상이다.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들을 버리기 이전에, 경제심리가 더 냉각되기 전에 정치권은 정치를 복원해 국민 살림살이가 어떤지, 기업들이 어찌 돌아가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여야 정당은 국회로 들어와 예산안 심의와 민생법안 처리, 국정감사 등 기본 책무를 하며 ‘몸’이 아닌 ‘토론’으로 싸워라. 청와대와 내각도 입맛에 맞는 통계를 들먹이며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대신 경제 실상에 입각한 맞춤 대책을 내놓고 실천하라.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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