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다시 마을이 되다
아파트, 다시 마을이 되다
  • 최아름 기자
  • 호수 356
  • 승인 2019.09.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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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테이 워크숍 가보니…

아파트 단지의 편의시설을 조합원들이 함께 기획한다. 여기엔 도서관을 넣을지, 저기엔 피트니스센터를 넣을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도 다르다. 시공사 등 업자들이 아파트를 파는 게 아니라 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은 임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의 시범사업 ‘위스테이’는 이런 차별 포인트를 갖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공급한 경기도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는 내년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위스테이지축’은 바통을 넘겨받아 1차 조합원 모집을 마치고 커뮤니티 시설을 구성하기 위한 첫 단계에 돌입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스테이지축’의 준비 현장을 다녀와 봤다.

위스테이 커뮤니티공간 디자인 워크숍에는 주어진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더함 제공]
위스테이 커뮤니티공간 디자인 워크숍에는 주어진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더함 제공]

아파트는 그간 비판의 대상이었다. 정겨운 이웃을 얼굴도 모르는 그림자로 만들고 ‘골목길’로 대표되는 마을 공동체를 해체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아파트는 갈수록 삶의 형편을 나누는 ‘도구’로 전락했고(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그 ‘도구’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입구를 다르게 만드는 ‘잔인함’을 부추겼다. 2기 신도시에 적용된 ‘담장 없는 단독주택’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역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판교신도시에 적용됐던 ‘담장 없는 단독주택’은 되레 집 자체를 요새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반응도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담을 없앤다고 해서 이미 무너진 공동체가 다시 생겨날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꾀한 이들이 있다. 소셜 디벨로퍼 ‘더함’이다.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를 만든 더함은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뚜렷한 단독주택의 한계

국토교통부의 시범사업인 위스테이의 구조를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땅을 ‘더함’과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리츠가 사거나 빌린다. 여기에 아파트를 짓는다. 아파트 임대가 마무리되면 ‘더함’이 소유하고 있던 리츠 지분이 입주민들에게 넘어간다. 그래서 공급 방식은 ‘협동조합’형이다. 디벨로퍼와 건설사가 소유한 주택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모인 ‘조합’이 아파트 단지를 소유한다. 주거 문화도 독특하다. 아파트라는 단독적인 주거형태는 유지했지만 사는 방식은 ‘공생共生’에 가깝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편의시설을 조합원들이 회의를 통해 만드는 식이다. 위스테이가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 불리는 이유다.”

위스테이는 구상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5월에 조합원 모집을 마친 경기도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는 조합원 간 워크숍을 통해 아파트 커뮤니티 구성을 끝냈다. 내년이면 입주를 시작한다. 두번째 위스테이인 ‘위스테이지축’은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선다. 1차 조합원 모집이 진행됐고 2차 조합원을 하반기에 모집하면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구성에 돌입한다.

[※참고: 위스테이 협동조합은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나 시행사와 시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참고: 위스테이 협동조합은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나 시행사와 시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8월 31일엔 영등포구 서울 하우징랩에서 조합원 커뮤니티공간 디자인 워크숍이 열렸다. ‘위스테이지축’ 조합원 135세대 중 10여명이 모였다. 7월에 열렸던 1차 워크숍에 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워크숍’의 준비를 맡은 ‘더함’의 커뮤니티 디자이너들이었다. 더스쿠프가 박성민 더함 커뮤니티디자인 팀장에게 물었다.

✚ 워크숍이 본격적인 ‘토론의 장’인가.

“커뮤니티를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는 첫걸음이다. 워크숍 전부터 조합원들이 만나 서로의 기대를 확인하고 목표를 세웠다. 워크숍은 토론을 통해 그 기대와 실제 커뮤니티 시설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 지역주택조합과 다른 것인지.
“ ‘위스테이지축’은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협동조합은 영리 목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주무 부처고 예산을 사용할 때도 조합 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 그렇다면 ‘더함’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는 사회적 부동산을 만드는 ‘소셜 디벨로퍼’다. 그러나 워크숍과 관련한 업무에서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과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 조율을 위한 기획과 실행을 맡는다. 설문조사나 커뮤니티 시설별 전문가 섭외 등의 일을 담당한다.”

✚ 이번이 두번째 워크숍이다. ‘위스테이별내’는 내년 입주도 앞두고 있다. 조합원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기대하나.
“커뮤니티 시설을 가장 기대한다. 워크숍으로 시설 배치부터 세부적인 집기까지 모두 논의해서 결정했다. 현실로 확인하고 시설에서 이뤄질 커뮤니티 활동에도 기대가 크다.”

워크숍이 시작되자 황지성 더함 커뮤니티 매니저가 ‘위스테이지축’의 투시도와 커뮤니티 설계도를 설명했다. 황 매니저는 설명하는 내내 “커뮤니티 시설의 전체 면적을 바꿀 수 없겠지만, 최종본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539세대로 이뤄진 ‘위스테이지축’의 커뮤니티 시설은 비슷한 규모인 일반 아파트의 2배에 달했다. 그만큼 조합원들이 커뮤니티에 거는 기대도 컸다.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인터뷰에 응한 권혁기(35), 박혜선(33)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다.

✚ ‘위스테이 지축’ 조합원이 되겠다는 생각은 누구 아이디어였나.

“내가 지축 가까이에 살아서 청약을 넣었다. 여자친구는 조합원은 아니다. 어차피 함께 살 집이기에 워크숍에도 손잡고 참여했다.”

✚ ‘위스테이’를 고른 이유도 궁금하다.
“커뮤니티 시설이 넓고 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은 활기차지 않고 침체된 느낌이 있지 않나. 여기서는 그런 죽은 공간이 없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 마을공동체는 젊은 세대에게 불편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개인주의 세대인 건 맞다. 방해받는 것도 싫고, 누구에게 개입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느슨한 공동체’라는 말에 사실 끌렸다. 결혼 후에 아이를 낳으면 부부 혼자서 키우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했다. 공동육아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함께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워나가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권혁기씨는 ‘위스테이지축’의 1차 조합원이다. 하반기에는 2차 조합원 404세대를 모집한다. 1차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전 워크숍’은 이웃이 될 조합원들끼리 얼굴을 익히고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운영 방식을 논의할 ‘본 워크숍’의 규칙을 정하는 사전 단계다.

‘위스테이지축’ 조합원들은 사전 워크숍에 참석해 ‘위스테이별내’ 조합원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기도 했다. [사진=더함 제공]<br>
‘위스테이지축’ 조합원들은 사전 워크숍에 참석해 ‘위스테이별내’ 조합원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기도 했다. [사진=더함 제공]

‘본 워크숍’을 이미 겪은 사람들도 있다. 지난해 5월 공급된 ‘위스테이별내’의 조합원들이다. 입주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선배’로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2명의 조합원이 함께했다. ‘선후배’끼리 질문하고 답변한 내용을 1문 1답 형태로 정리해봤다.

✚ 왜 커뮤니티 아파트를 선택했나.

“단지 내 피트니스클럽은 분명 우리 시설인데 대부분 사업자에게 임대한다. 그래서 주민의 체육관이 아니라 사업자의 체육관이 된다. 서비스도 기존 사설 체육관처럼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등록하지 않으면 스스로 운동해야 한다. 모순으로 느껴졌다. 아파트 주민들의 건강을 모두 봐주는 피트니스클럽을 원했다.”

✚ 조합원이 한둘이 아니니 이견 조율이 힘들었을 것 같다.
“같은 팀 내에서는 이견 조율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을 디자인하는 팀끼리 정해진 공간 안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 어떻게 해소했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최종 단계에서는 전문가가 참여해 이견 조율을 도와줘서 완화됐다.”

✚ 입주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지금까지의 감상은 어떤가.
“3개월간 매주 워크숍을 하면서 커뮤니티를 함께 기획했다. 남이 만들어주는 곳에서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어르신도 함께 살고, 우리 아이들도 함께 살 수 있으니까. 사실 우리 세대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언급했듯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이다. 그러나 위스테이의 목표는 ‘시범’이 아닌 ‘시작’이다. 별내와 지축의 ‘위스테이’를 시작으로 전국에 다양한 형태의 주거 방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범이 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로 마을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가 어떻게 현실이 될지는 2020년 7월 ‘위스테이별내’ 입주까지 지켜봐야 한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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