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자이르네Xirene’ 파급효과

브랜드 아파트가 작은 주택가까지 들어오게 됐다. GS건설은 자회사를 앞세워 ‘자이’ 대신 ‘자이르네’를 들고 나타났고 현대건설은 직접 들어와 300세대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대우건설도 자회사의 사업 영역에 ‘소규모 재건축’을 추가했다.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자 2년 전까지만 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장까지 대형 건설사가 파고들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작은 시장을 노리는 대형 건설사의 전략을 취재했다. 

2017년 법 제정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정비 사업의 기간이 단축됐다. 사진은 소규모 재정비 사업으로 만든 공동주택.[사진=강동구청 제공]
2017년 법 제정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정비 사업의 기간이 단축됐다. 사진은 소규모 재정비 사업으로 만든 공동주택.[사진=강동구청 제공]

# GS건설이 그랑자이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주거 브랜드를 들고 나왔다. ‘자이르네Xirene’다. ‘자이르네’는 부활을 의미하는 르네상스의 앞글자에서 따온 단어와 GS건설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합성한 것이다. 사용처는 ‘소규모 재건축 단지’다. 대형 건설사 중 소규모 재정비 사업을 위해 브랜드를 만든 것은 GS건설이 최초다.

‘자이르네’를 만드는 곳은 정확히 말하자면 GS건설은 아니다. 아파트 하자보수를 담당하면서 성장한 GS건설의 자회사 ‘자이S&D’가 시공을 담당한다. 2000년 부동산 관리업체로 설립된 자이S&D는 지난해 기준 1377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 능력도 갖췄다.

GS건설 측은 ‘자이르네’의 론칭 이유를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이S&D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그동안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 ‘자이’ 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소규모 재건축 담당 브랜드를 새로 만들게 됐다. ‘자이’를 만들 때의 마감재 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해 성능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말이다. ‘자이르네’의 첫 적용 단지는 서초구 소규모 재정비 사업장이다.

소규모 재정비 시장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는 GS건설만이 아니다. 대우건설의 자회사인 ‘푸르지오서비스’는 자이S&D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시공 이후 하자 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소규모 재건축의 경험은 없지만 경기도 따복하우스 2차 사업 등을 수주해 주택 건설 경험은 보유하고 있다. 실적은 없지만 사업 영역에 ‘재건축’을 명시하기도 했다. 시공능력이 있으니 기회만 있다면 사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현대건설은 대구광역시에서 ‘78태평상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GS건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자회사가 아닌 현대건설이 직접 시공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대형 건설사가 수주하기엔 가구 수가 아파트 390세대 수준으로 작았기 때문이었다.

2년 전만 해도 관심 없더니 …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브랜드 아파트인 ‘힐스테이트’라는 이름이 붙을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아파트 이름이 ‘힐스테이트’가 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더라도 상대적으로 큰 크기의 아파트 단지에 붙는 브랜드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시행 절차를 간소화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2017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길 모양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2호 이상부터 재건축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율주택정비사업’ 등을 말한다.

전제가 ‘200세대 미만’이기 때문에 층수를 높인다고 해도 단지 규모를 키우는 덴 한계가 있었다. 중견 건설사조차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사실 큰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아 굳이 들어가야 하는가 싶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대형 건설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소규모 재정비 사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크기’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력 구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에 소홀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재건축 현장에 맞는 협력 업체는 따로 있다. 큰 사업장에 익숙한 대형 건설사들이 이런 소규모 협력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어렵다. 인력을 운용하는 비용이 사업 수익보다 더 크다면 새로 협력사를 찾는 노력을 해가며 소규모 현장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소규모 재건축까지 평정하려나

그로부터 2년,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직접 뛰어들면서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사업성’이다. 작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망설이게 했던 인력 구조의 문제는 자회사를 통해 해결해냈다. 시공능력을 갖춘 자회사가 협력업체 간의 관계도 다져놨으니 우려했던 부분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재정비 사업 조합이 선호하는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까지 갖추고 있다면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대형 건설사가 중소 건설사의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모자람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대형 건설사의 매출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시공능력평가 5위 안에 들어가는 대형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16% 줄었다. 매출이 줄고 있으니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작은 시장이라도 마다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주로 중소규모 건설사들이 맡았던 소규모 재정비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주로 중소규모 건설사들이 맡았던 소규모 재정비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대형 건설사가 소규모 재정비 시장에 단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분간 시장을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건설사와 비교해 상품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고,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주택 브랜드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재건축 단지에만 사용하는 GS건설의 또다른 브랜드 ‘자이르네Xirene’가 성공한다면,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같은 전략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대형 건설사가 소규모 시장에 진입하면, 한때의 손님이 아닌 터줏대감이 될 것이다. 작은 시장을 야금야금 먹다 보면, 대형 건설사의 판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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