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쇼트리스트 분석

기대했던 대기업 그룹은 없었지만 ‘흥행 불발’까진 아니다. 일찌감치 참전을 선언한 애경그룹은 분명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고, 예상치 못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SK, 한화 등 대기업도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재무적 투자자(FI)와 짝을 이뤄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변수에 따라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인수ㆍ합병(M&A) 시장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후보들을 분석해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기대했던 주요 대기업의 참전은 없었다.[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기대했던 주요 대기업의 참전은 없었다.[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금호산업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5곳 중 4곳에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보하면서다.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ㆍ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에 이어 2곳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선정됐다. 

후보군 중 가장 의욕적인 곳은 애경그룹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인수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쇼트리스트 선정 사실을 두고 “애경그룹은 2006년 취항한 제주항공을 13년 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LCC)로 성장시키며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제주항공을 성공시킨 저력을 바탕으로 노선과 기단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아시아나항공의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애경그룹은 인수 명분이 가장 뚜렷하다.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하면 대한항공의 한진그룹과 견줄 만한 항공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 수치를 더하면 애경그룹이 점유율 면에선 국내 최대 항공그룹이 된다”면서 “보유 항공기 대수도 160여대로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이 딜에 성공하면 국내 항공업계 지형이 뒤바뀌는 셈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이번 매각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31.05%) 매각과 신주 발행이 병행되는 구조다. 여기엔 2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애경그룹 전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4000억원을 밑돈다. 그룹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애경산업은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1573억원, 영업이익은 71.5% 줄어든 6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181억원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제주항공 역시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해 5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애경은 예비입찰 전 다른 대기업 그룹과의 공동 인수를 꾀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인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거란 얘기다.

이런 점에선 현산 컨소시엄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가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 수준이고, 부채비율은 114.7%에 불과해 자금을 더 끌어오는 것도 손쉽다. 재무적으로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증권업계 빅2 중 하나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은 만큼 자금력 측면에선 후보군 중 압도적인 우위다.

하지만 사업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점은 문제다. 이 회사의 주력산업은 주택개발 사업이다. 항공 산업과 아무런 접점이 없다. 그나마 연관성이 보이는 건 호텔신라와 공동경영 중인 면세점 사업뿐이다. 자회사 호텔HDC와 한솔오크밸리로 호텔ㆍ레저 사업도 걸치고 있지만,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당장 시장의 평가가 냉혹하다. 인수전 출사표를 던진 3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9.3%나 하락했다. 인수 시도 자체를 마뜩잖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무너지는 일 없게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인수 시너지 효과가 높은 기업에 팔고자 했던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빗나간 상황”이라면서 “두 기업 역시 대기업 집단이지만 자산순위는 애경그룹 58위, HDC현대산업개발 33위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모습 드러내나

주요 대기업이 FI 자격으로 참여한 KCGI (강성부 펀드)ㆍ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맺고 진입하는 방안은 남아있다. 항공운송 면허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선 FI 단독참여가 불가능하다. 수년 후 경영권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이들의 사업 특성 때문이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두 회사는 조만간 전략적 투자자(SI)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과 파트너가 될 SI의 정체는 설만 무성할 뿐, 아직까진 베일에 싸여 있다. “SK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엮여있고, 한화 등도 FI와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시대도 아니고 얼굴을 보고 결혼해야 하는 만큼 맞선 할 때는 나타나야 한다”며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장 좋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참여해 더 튼튼한 기업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SI의 등장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기업 참전을 100% 확신할 순 없다. 신주를 인수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상당 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여력을 가진 기업을 찾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규모가 큰 탓에 FI와 SI간 입장차이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M&A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M&A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거나 매각이 불발되는 이유는 채무가 많고 재무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이 두 조건을 다 갖췄다”면서 “실제로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둘러싼 회의적 분위기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뚜껑이 열렸음에도 셈법이 복잡하다. 금호그룹은 구주를 높은 가격에 많이 팔수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인수 희망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할 금액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곳곳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하고, 항공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도 숱하게 많다. 인수전 향방이 여전히 안갯속이란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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