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웨폰」
사이버 무기와 새로운 전쟁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17개국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2015년 이후 17개국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우리 사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사이버 무기는 어쩌면 핵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한 나라의 기간산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사회 내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사이버 무기는 민주국가의 지도자와 독재자, 테러리스트가 공히 쓰는 위협적인 무기가 돼 버렸다.

전세계의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 기관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회 인프라를 한순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적이다. 사회질서를 교란시킴으로써 사회 내 형성된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포와 증오를 발현시킬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긴장케 한다.

30년 넘게 백악관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 데이비드 생어가 쓴 「퍼펙트 웨폰」은 사이버 무기와 새로운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인 ‘올림픽 게임 작전’을 취재하고 정부의 방해 속에서도 그 전모를 ‘뉴욕타임스’특집 기사로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국가 기밀 유출’이라는 이유로 저자와 인터뷰한 정부 인사를 기소하기도 했다. 

사이버 무기를 마음껏 활용하고 있는 일곱개의 주요 사이버 충돌 국가(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영국ㆍ이란ㆍ이스라엘ㆍ북한)를 중심으로 다룬다. 예컨대 중국 상하이上海의 허름한 건물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흰색 셔츠의 남자들은 일명 ‘61398부대 소속’이며, 중국의 공식 군조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 별동대는 미국의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손쉽게 들락거린다고 설명한다. 

이란이 미국과의 사이버 대전에 결사적인 이유와 세계 수준급인 북한의 사이버 부대도 소개한다. 북한의 사이버 부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해킹하고, 미국 정부와 대기업 깊숙이 침투해 고급정보를 빼내거나, 대한민국 금융기관의 모든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등 그야말로 위력이 가공하다고 강조한다. 

러시아에 대해 저자는 “사이버 무기는 오래전부터 푸틴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무기였다”고 표현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푸틴에게 너무나 반가운 선물이었다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모든 기술원칙과 알고리즘, 사용자 행태를 꿰고 있는 러시아 사이버부대가 미국 선거캠프를 휘저으며 후보자들의 정보를 빼내고, 페이스북에 가짜뉴스를 올리며, 댓글 작업을 통해 선거를 교란시킨 것도 모두 푸틴의 명령이었다고 설명한다. 

미국 대선캠프의 이메일 유출, 푸틴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대정전, 국가 기간시설의 가동을 멈추게 하는 악성코드 공격 등 이 순간에도 사이버 공격은 진행 중이다. 사이버 무기는 개인과 기업, 정부, 약소국과 강대국,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위험한 도구가 됐다. “이 새로운 무기가 불러오는 가공할 파괴력은 지금 시작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다. 

세 가지 스토리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해냄 펴냄


공지영 작가의 11번째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가 개정 출간됐다. 201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고통은 왜 있는 것이며, 인간은 왜 존재하는지, 사랑은 무엇인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천착한 끝에 답을 찾아간다. 가톨릭 수도회와 한국전쟁 흥남철수 사건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신의 뜻에 순명해야 했던 수도자와 전란에 휩쓸린 이들의 삶을 투영해 우리를 일으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파란1~2」
정민 지음|천년의상상 펴냄


‘청년 다산’에 관한 낯선 이야기다. 완성된 인간, 무결한 글로 알려진  다산의 파란만장했던 젊은 시절을 소개한다. 벗들과의 우정과 배신, 유학과 서학 사이에서의 번민, 정조의 총애와 천주를 향한 마음 등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산은 어떤 판단을 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는지 추적한다. 작가는 젊은 날 다산의 키워드는 ‘정조’와 ‘천주교’였으며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 다산은 늘 정면돌파를 택했다고 말한다.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이임숙 지음|창비 펴냄


사춘기를 보내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열 살 이전의 아이를 돌보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까칠하고 예민한 사춘기 아이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다. 청소년과의 특별한 5단계 대화법을 통해 자녀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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