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설계의 황금률

한국 사회는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대부분은 은퇴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로스 밴더울프 MDRT협회 회장은 “은퇴 계획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고 충고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은퇴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어려운 현실을 보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은퇴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어려운 현실을 보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일에 헌신한다. 은퇴 후 삶을 위해 취미를 유보하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은퇴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은퇴계획을 수립했더라도, 낡은 툴이나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 한가지만 말해두자. 의료기술 덕이든 건강식품 덕이든,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십수년전 유행하던 은퇴 설계기술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않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은퇴 후 기댈 언덕이 거의 없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출산률 하락, 고령화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세를 띠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떻게 은퇴 후 삶을 계획해야 할까. 일단 전제를 깔자. 지금부터 하는 조언은 한국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은퇴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일반적인 리스크다. 아울러 이 위험요인들은 불확실성ㆍ시간ㆍ동향과 맞닿아 있다. 이를 감안해 은퇴설계를 한다면, 60세 이후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 

■장수 리스크 = 첫번째 리스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수長壽’다. 수명이 길어졌다곤 하지만 ‘은퇴 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그래서 은퇴를 설계할 땐 얼마나 더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삶의 경비가 필요한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다만, 생활방식과 기대수명을 기초로 은퇴를 설계하는 방법론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은퇴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갑자기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연금 등을 준비하면서 기대수명을 ‘초과’하는 범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 둘째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다.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오르면, 나중에 같은 돈이라도 가치가 달라진다.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는 소비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의미로, 현재의 통화가치는 향후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해 은퇴 후 삶을 계획하는 건 기본이다. [※ 참고: 물론 한국의 물가는 최근 ‘하락세’를 띠고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을 설계하는 건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이 칼럼에선 물가상승률을 원론적으로 다뤘다.]  

■시퀀스 리스크 = 셋째 위험요인은 시퀀스다. 은퇴 포트폴리오에서 처음에 얼마를 인출하느냐는 장기적인 면에서 은퇴설계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은퇴 후 몇년간 시장 상황이 신통치 않을 경우 인출한 자금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어서다. 수익률에 따라 인출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장수ㆍ인플레이션ㆍ시퀀스 등 세가지 리스크를 염두에 둔다면 안정적인 은퇴 후 삶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신의 자금을 맡기기 전 유의해야 할 건 또 있다. 

■나홀로 은퇴설계 금지 = 은퇴를 설계하는 건 전문적인 일이다. 시장 변동성, 인플레이션, 세제 개혁, 예측하지 못한 장기적 케어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은퇴설계 자체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금융에 해박한 사람이라도 사회보장ㆍ연금ㆍ연금상품ㆍ기부혜택ㆍ생명보험 등을 꿰뚫어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은퇴자금을 최대로 불리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다. 

필자는 그래서 자격이 있는 설계사에게 은퇴 후 삶의 기획을 맡기라고 권한다. 그들은 은퇴자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도달 가능한 실행계획을 세워줄 것이다. 적은 정부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해주며 낮은 위험성을 가진 투자전략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설계사의 검증 = 그렇다고 ‘설계사’란 타이틀을 가진 사람에게 무조건 삶을 맡기라는 건 아니다. 그건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설계사는 전문적이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줘야 하는 건 그들의 의무다. 

은퇴 계획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설계사를 선택할 때 알아야봐야 할 건 간단하다. 숙련된 설계자보단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게 좋다. 다른 고객들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절차다. 주요 협회의 회원인지도 검증목록에 넣어야 한다. 협회는 회원 설계사들에게 엄격한 행동윤리강령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협회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많은 한국인은 일하는 기계와 같다. 앞을 향해 뛰고, 일에 인생을 건다. 그 때문인지 은퇴 계획을 세우는 덴 소홀하고, 미래를 좇을 만큼 여유를 가진 이들도 거의 없다. 행복한 은퇴의 꿈을 꿀 자격은 누구에게든 있다. 이 글을 다 읽은 순간이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로스 밴더울프 MDRT협회 회장ㆍ공인재무설계사(CFP) | 더스쿠프
정리=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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