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들쭉날쭉
소비자 유혹하는 불법지원금 여전해
단통법 제기능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천차만별인 때가 있었다. 어디서 사면 공짜고, 다른 데서 사면 100만원을 웃돌았다. 그래서 정부는 5년 전 단통법을 만들었다. 누구나 정해진 가격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법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동통신3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 판매업체의 탐욕이 ‘법망’을 비웃으면서 춤을 췄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감시의 눈을 부릅뜨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말 많고 탈 많았던 단통법의 5년을 기록했다. 

혼탁한 이동통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어지럽다.[사진=뉴시스]
혼탁한 이동통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어지럽다.[사진=뉴시스]

2012년 8월, 온라인 여론은 ‘갤럭시S3 대란’으로 들끓었다. 이동통신3사가 갤럭시S3의 6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99만원에 출고된 단말기 가격을 17만원으로 뚝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갤럭시S3가 출시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최신기종이었다는 점에서 시장 안팎에 충격파가 전달됐다. 출시 직후 제값을 내고 갤럭시S3를 구입한 소비자 역시 순식간에 ‘호갱’으로 전락했다. 이 사건으로 휴대전화 단말기의 가격이 ‘오늘 내일 다르고 앞집, 옆집 다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이런 배경 속에 시행됐다. 단말기 가격이 엿장수 맘대로 바뀌는 걸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단통법이 이통사가 단말기 출고가, 지원금, 실제 판매가를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강제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를테면 ‘단말기 정가제’였다. 

그렇다면 시행된 지 5년이 흐른 단통법은 ‘단말기 정가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을까. [※ 참고: 사실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는 ‘지원금 상한 제도’였다.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 단말기를 구매할 땐 33만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조항이었다. 지나치게 싸게 팔진 말라는 취지였는데, 국민들로부터 “왜 싸게 사면 안 되냐”는 원성을 샀다. 단통법이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게 만든 법’으로 통하게 된 이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지원금 상한제도가 2017년 10월 1일자로 일몰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스쿠프는 이 문제를 짚지 않았다.] 

단통법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지원금을 어떻게 획일화했는지 살펴보자. 이통사는 단말기를 구입하고 약정계약을 맺는 고객에게 제공할 지원금을 책정한다. 이 지원금엔 단말기 제조사가 이통사에 주는 ‘판매 장려금’도 포함돼 있다. 

이통사는 이 지원금을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한번 공시한 금액은 일주일간 바꿀 수 없다. 여기에 직접 판매처인 이동통신 판매점이 이통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최대 15%를 추가로 줄 수 있다. 지원금이 100만원이면 최대 115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통법은 유효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장에선 법정 지원금을 훌쩍 넘는 불법지원금이 마구 뿌려졌다. 5G 상용화 이후엔 더 극성스럽다. 

갤럭시 대란과 단통법

‘갤럭시S10’ ‘V50 씽큐’ ‘갤럭시노트10’ 등 모두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단말기인데 공짜로 구입했다는 소비자의 후기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모든 5G 가입자가 공짜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단통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도 있다. 7년 전 ‘갤럭시S3 대란’ 사태와 판박이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스마트폰의 판매자들이 고객에게 싼 단말기를 주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뭘까. 많이 지원할수록 손해고, 더군다나 불법인데 말이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통사나 판매점이 법도 무시하면서까지 지원금을 얹어주는 건 국민에게 선의를 베풀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거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불법 지원금이 조성되는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자! 이제부터 불법지원금의 루트를 되짚어보자. 단통법에 따라 이통3사는 법정 지원금을 제외한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불법지원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체는 이통사를 대리해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팔고 있는 판매점이다. 그렇다면 판매점의 지위가 이통사의 을乙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지원금을 주는 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익명을 원한 판매점 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불법지원금은 판매 현장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맞다. 하지만 그 돈의 출처가 꼭 우리의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통사는 판매점이 가입자를 모집하면 리베이트라 불리는 인센티브를 주는데, 이 구조가 독특하다. 특정 휴대전화를 20건, 50건, 100건, 200건 이상 판매할 때마다 인센티브 규모가 크게 뛴다. 이런 정책은 구두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은밀하게 전달된다. 판매점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 지원금을 뿌린다. 목표 판매량만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고객에게 준 불법지원금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점은 불법지원금을 많이 주든 말든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통사가 주는 인센티브 규모에 따라 불법 지원금의 액수를 정할 수 있어서다. 판매점마다 불법지원금이 들쭉날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매점에 인센티브를 주는 이통사는 손해를 본다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이통사의 전략을 단순하게 어림잡아보자. 6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고객이 5G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면 월 통신요금이 8만원 수준으로 치솟는다.

2년 약정을 맺으면 이통사는 한달에 2만원, 연 24만원의 추가이익을 얻는다. 통신비 역시 연 192만원에 이른다. 통신요금만 높여 놓으면, 이통사는 손해를 보려야 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법적 지원금 외에 불법지원금을 제아무리 많이 줘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통3사는 단 한번도 적자(연 기준)를 기록한 적 없다. 

고가 요금제로 얻는 이익 훨씬 커

신진 단국대(교양학부) 교수는 “통신 서비스가 아닌 단말기 지원금의 규모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건 3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단통법은 이런 구조를 타파하기보다 되레 지원금을 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사실상 시장 왜곡을 방관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단통법의 이런 한계점을 고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법정 지원금이 정해진 상황에서, 그 이상의 지원금을 불법적으로 살포하는 판매처와 이통사의 연결고리만 찾아내면 된다. 그럼에도 5G 상용화 이후 이통사가 방통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횟수는 1회뿐이다. 이통사의 탐욕과 정부의 해태가 단통법의 취지를 무너뜨렸다는 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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