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토지보상금의 실체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 6조~7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최대 7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풀리면 얼어붙었던 부동산이 다시 활력이 찾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문제는 ‘토지보상금 6조~7조원이 풀릴 것’이란 전망의 근거가 부동산 민간정보업체의 자료라는 점이다. 정부든 지자체든 단 한번도 토지보상금의 규모를 언급한 적 없다. 보상금 규모가 부풀려졌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토지보상금의 실체를 취재했다. 

연내 수도권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최대 7조원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정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연내 수도권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최대 7조원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정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신도시가 발표되면 곧바로 토지보상금에 관심이 쏠린다. 방대한 규모의 현금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3기 신도시 택지가 공개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초엔 6조~7조원대 수도권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보상금이다.

국토교통부의 올 한해 예산(약 42조원)의 16%가량이 시장에 풀리는 격이라서다.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수혈돼 가격이 부풀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보상금은 언제나 호재 요인이었다.

대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남아도는 돈’은 주식·예금보단 부동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자금이 여의치 않아 투자를 단념했던 사람들에게 토지보상금은 새로운 총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6조~7조원의 토지보상금이 올해 말까지 풀렸을 경우에 해당하는 시나리오다. 그럼 6조~7조원의 보상금은 정말 시장에 풀릴까.

출처부터 따져봤다. ‘연말까지 최대 7조원 수도권 토지보상금’을 언급한 기사 대부분은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인 ‘지존’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서 최대 7조원, 내년에는 전국에 45조원의 보상금이 풀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존은 매년 토지 보상과 관련해 규모를 예측하는 자료를 발표해왔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현금 보상 대신 대토, 리츠 등 방지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현금 보상 대신 대토, 리츠 등 방지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토지보상금 규모를 어떻게 말했을까. 공식적으로는 토지보상금의 금액을 언급한 적이 없다.

정부가 3기 신도시와 관련한 토지 보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상반기다. “3기 신도시 중 2018년 말 지정된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과천을 포함한 총 4개 지구에서 올해 말까지 보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구체적인 금액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LH) 예산으로 토지 보상을 집행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민간정보업체에서 말하는 금액과 실제 집행금액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내 보상 절차에 착수하지만 언제쯤 토지주들이 보상금을 만지게 될지는 확답을 할 수 없다(과천 지구의 토지 보상을 담당하는 관계자).” 민간업체에서 발표하는 금액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다. LH의 2019년 도시조성 예산은 7조8000억원 수준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에 투입될 토지보상금이 7조원대라면 1년 치 예산의 90% 수준인 셈이다.

6조~7조원대 보상금 정말일까

그렇다면 이 ‘6조~7조원’이라는 토지보상금은 어떻게 산출된 것일까. [※ 참고: 더스쿠프는 최대 7조원을 기준으로 삼고 취재를 진행했다.] 해당 민간정보업체 관계자에게 추산 방식을 물었다. “산출 방식은 영업비밀이라서 외부 공개는 불가하다. 어디까지나 추정이기에 완전히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근접한다. 토지보상금 결산 내용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또다른 부동산 정보업체 밸류맵의 이창동 리서치팀장은 민간업체의 자료를 볼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지보상금 규모를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감정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재판을 해야 하는데, 소송이 들어올 때까지 지자체는 버티고, 판결이 나오면 그제야 예산을 청구한다. 게다가 이런 데이터는 대부분 수기로 확보된다. 7조원이라는 금액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자! 이제부터 이창동 팀장의 지적을 근거로 토지보상금의 산출과정의 예를 짚어보자. 부동산 민간정보업체가 예측한(대부분의 언론에서 근거로 내세운) 수도권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올해 말까지 7조원이다. 

이중에는 과천 주암지구가 포함돼 있다. 주암지구는 2017년에도 민간정보업체에서 토지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곳이다. 
LH 역시 2018년 6월 토지 보상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이상 연기된 상태다. 정황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야 토지보상 조사절차가 시작된다. ‘7조원’ 규모의 토지보상이 집행될 것으로 여겨지는 지역에 실제로 올해 안에 보상금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셈이다. 

토지보상절차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토지보상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최소 9개월~1년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지구에서 같은 시점에 토지보상절차가 시작되지도 않는다.
 

토지주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지자체가 지급할 예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청구하는 기간까지 더해진다. 토지보상절차가 모두 완료됐더라도 즉각 보상금이 풀리는 게 아니다. 여기엔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다.

토지보상금과 정부의 의지

7조원대 보상금이 확정됐더라도 정부가 이를 한번에 풀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의 급등을 막기 위해서다. 현금이 아닌 다른 토지를 보상으로 넘겨주거나 혹은 보상 토지를 소유한 리츠(REITs)를 만들어 지분을 분배하는 식으로 현금화를 최대한 피하는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정부가 보상 유형을 대토代土나 대토 리츠 등도 검토하고 있어 시중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토지보상금이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은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대감을 부풀리는 이야기들은 왜 나오는 걸까.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토지 시장이 뜬다고 말해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이런 기대감을 키워야 유리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부동산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에 과장된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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