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지원금 근절 못하는 이유

스마트폰 단말기 불법지원금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5년 전 정부가 “법이 정하는 지원금 외 모든 지원금은 불법이다”란 취지로 단통법을 제정했음에도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만 맞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휴대전화 불법지원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단통법을 위반해도 이통3사가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사진=연합뉴스]
단통법을 위반해도 이통3사가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사진=연합뉴스]

“단말기 불법지원금과 판매 경쟁 등 마케팅 경쟁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 5G는 처음부터 요금 경쟁을 통해 활성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5G 상용화 직후 열린 이동통신3사와의 간담회에서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꺼낸 당부였다.

하지만 현장은 이 당부를 비웃었다. 단말기 지원금을 둘러싼 가입자 모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5G 단말기에 공시지원금 60만~70만원을 책정했다. 신규 단말기에 책정한 금액으론 최대였다. 여기에 판매 현장에서 주는 지원금까지 더해져 5G 1ㆍ2호 단말기 ‘갤럭시S10’ ‘V50 씽큐’는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모집 경쟁의 성과는 뚜렷했다. 5G 고객이 빠르게 늘었다. 상용화 69일 만에 전체 5G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최근엔 SK텔레콤ㆍKT의 5G 가입자 수 역시 100만명을 넘겼다. 5G가 고가 요금제 위주로 편성된 탓에 이통3사의 수익지표인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지난 2분기 일제히 증가했다. KT는 1분기 대비 0.8% 늘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0.4%씩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 활동이 불법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르면 공시지원금과 판매채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 외 지원금은 모두 불법이다. 100만원을 상회하는 5G 단말기를 ‘공짜폰’으로 구입한 소비자는 모두 법망 밖에 있는 지원금을 받았다는 얘기다.

불법지원금에 따른 폐해는 심각하다. 단통법이 정한 지원금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면 판매 채널별로 지원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알면 싸게 사고, 모르면 바가지를 써 ‘호갱님’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불법을 근절하는 간단한 방법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다. 단통법 역시 처벌조항이 있고, 강력하다. 이통3사가 이 법을 어기면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가장 무서운 건 사실상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이용자 신규모집금지’다. 방통위는 위반행위가 3회 이상 반복되거나 기존 조치만으로는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이용자 신규 모집을 최대 3개월까지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2017~2019년) 모집금지 처분을 받은 이통사는 전무했다. 이 기간 SK텔레콤ㆍKT는ㆍLG유플러스 모두 각각 5회의 위반행위가 방통위 조사결과에서 확인됐음에도 말이다. 감독기관인 방통위가 단통법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방통위가 처음부터 처벌에 미온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2015년 3월엔 SK텔레콤, 2016년 9월엔 LG유플러스에 가입자 모집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 회사가 단통법 위반 행위를 잇달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G 시대가 활짝 열린 시점에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5G 선도 국가 진입’이란 정부 목표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이들이 방통위로부터 모집금지 처분을 피한 이유를 살펴보면 그 목적이 뚜렷해진다. “5G 시장 활성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왜곡되는 이동통신시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일까. 그사이 아는 사람만 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풍경은 5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고, 국민 불신만 쌓이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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