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 이통사 판매점 운영자

‘무상교환’ ‘신형 휴대전화 0원’ ‘현금 완납 시 페이백(pay back)’ 등등.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휴대전화 판매광고다.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 공시지원금(+대리점 추가지원금)을 제외한 지원금은 불법이 됐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불법지원금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동통신 판매점을 운영했던 김희원(가명ㆍ32)씨를 만나 이동통신 유통업계의 민낯을 물었다. 

이동통신 판매점이 불법지원금을 주고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건 이통사가 주는 장려금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 판매점이 불법지원금을 주고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건 이통사가 주는 장려금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2014년 10월 1일, 단통법이 시행된 건 모든 휴대전화 구매자들에게 공평하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명목에서였다. 그 이후 이동통신사가 공시한 지원금과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 외에 제공하는 돈과 할인혜택은 모두 불법이 됐다. 하지만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불법 지원금이 제공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령,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새 휴대전화로 무상교환해 주겠다며 대놓고 유혹하는 식이다. 이제 막 출시돼 따끈따끈한 신형 모델을 단 한푼도 받지 않고 주는 곳도 있다. 심지어 공짜로 휴대전화를 주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얹어주는 곳도 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퍼주면 판매점엔 남는 게 있을까. 굳이 불법으로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전 이통사 판매점 운영자 김희원씨에게 물었다. 

✚ 먼저 판매점의 수익 구조를 설명해달라.
“판매점은 크게 둘로 나뉜다.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중 한가지 브랜드만 파는 ‘대리점’과 세 브랜드가 모두 있는 ‘판매점’이다. 판매점은 휴대전화를 팔 때마다 판매수수료를 받고, 대리점은 판매수수료에 추가로 고객이 내는 요금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 판매수수료는 얼마나 받는가.
“이통사별로 다르다. 아무래도 LG유플러스가 가장 많이 주고, KT가 그다음으로 많이 준다. 돈을 더 줄 테니, 경쟁기업의 고객들을 빼오라는 식인 거다. 판매점마다 받는 수수료도 다르다. 가령, 일반 판매점이 1대를 팔고 30만원을 받으면, 테크노마트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33만원 정도를 받는다.”

김씨는 이통사가 불법지원금이 횡행하는 걸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이통사가 불법지원금이 횡행하는 걸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그럼 불법지원금 얘기를 해보자. 지원금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앞서 말했던 판매수수료를 고객에게 돌려준다. 이게 바로 ‘페이백(payback)’이다. 판매수수료를 30만원이라고 치면 세금 떼고, 이것저것 나가는 돈 떼고 하면 20만원 정도를 줄 수 있다. 테크노마트는 수수료가 높은 만큼 지원금도 더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데선 현금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휴대전화는 세금이 많이 붙기 때문에 그 대신 더 많은 지원금을 보장해주는 식이다.”

✚ 판매수수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그게 가능한 건 판매수수료 외에 받는 장려금 때문이다. 한달에 30대나 40대, 일정량의 판매실적을 달성하면 그에 따른 장려금을 준다. 이 장려금이 꽤 크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불법지원금을 줘도 손실을 메울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달에 많이 팔아야 30~40대다. 하지만 고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면 더 많은 지원금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 대리점에도 장려금이 있나.
“대리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대리점은 이통사에서 전세금을 내주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할당된 판매실적을 채웠을 때 얘기다. 하지만 할당을 계속해서 못 채우면 반강제적으로 쫓겨나거나 점포를 빼야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들었다. 판매점과 대리점이 서로 물어뜯으면서 경쟁하는 이유다.”

✚ 장려금은 이통사에서 주는 건가.
“판매점에 장려금을 직접 주는 건 도도매 업체다. 도도매 업체가 판매점에 단가표와 리베이트 가격, 이벤트(신형모델 출시 프로모션 등) 내용을 전달한다. 하지만 도도매가 무슨 돈으로 장려금을 주겠나. 도매, 도도매도 중간 수수료를 떼어간다. 결국 돈을 푸는 건 이통사다. 이통사는 휴대전화가 판매될 때 돈이 어떻게 굴러가고, 불법지원금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 이통사가 불법지원금을 조장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도도매 업체가 전달하는 건 실적에 따른 장려금이다. 이를 가지고 휴대전화를 파는 방법은 판매점, 개개인마다 다르다. ‘여기서 사기당했네, 저기서 사기당했네’ 얘기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판매점 탓만 할 수 있을까. 불법지원금을 줄 수밖에 없게끔 과도한 경쟁구조를 만드는 건 이통사나 다름없다.”

✚ 불법지원금을 주지 않고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지 않나.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러 오면 가장 처음 하는 말이 ‘얼마에 주실 거예요?’다. 요즘은 불법지원금이 있다는 걸 다 알고 온다. 이미 불법지원금 없이 휴대전화를 사면 호구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내가 안 줘도 다른 곳에서 다 주기 때문에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면 줄 수밖에 없는 거다. 그 와중에 불법지원금을 모르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말 그대로 호구 잡히는 거다.” 

✚ 불법지원금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왜 적발이 안 되는 건가.
“일단 고객과 암묵적인 거래를 한다. 싸게 해줄 테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라는 거다. 이통사에서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하라고 한다. 일부 판매점에선 제품이나 가격 얘기를 안 한다. 노트(갤럭시 노트) 대신 ‘ㄴㅌ’라고 말하거나, 계산기를 두드려 가격을 보여준다. 사실 맘만 먹으면 다 적발할 수 있다. 그런데 발 벗고 나서서 조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 결국 단통법이 불법지원금을 근절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통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100만원씩 주던 지원금이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완화되고 5G가 도입되자 다시 리베이트를 2배 이상 받고 있다. 또, 불법지원금 얘기가 불거지겠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이통사가 장려금과 판매실적으로 판매점 간 경쟁을 부추기는 한 불법지원금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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