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암호화폐 통할까

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암호화폐는 ‘리브라’다. 아직 윤곽만 드러났을 뿐인데도 그렇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리브라를 개발 중인 업체가 페이스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십억명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리브라를 쓰면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연 리브라는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페북 리브라의 미래를 살펴봤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암호화폐를 선택했다.[사진=뉴시스]
페이스북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암호화폐를 선택했다.[사진=뉴시스]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페이스북이 정체기에 접어든 건 1년여 전입니다. 페북의 이용자 수가 22억7100만명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하는 데 그친 지난해 3분기부터라고 보면 대략 맞을 겁니다. 페북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이용자 수가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2분기 이용자 수 증가율이 각각 8.1%· 8.0%에 머무르면서, 페북은 이용자 성장률 감소세를 전환시키지 못했습니다.

한편에선 페북을 등지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는 페북의 세계 SNS 시장점유율이 83.1%(2017년 10월)에서 61.2% (2018년 10월)로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리안클릭이 한국 페북 방문자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총 체류시간이 2017년 8월 69억분에서 이듬해 8월 49억분으로 28.9% 감소했습니다. 유튜브·틱톡 등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경쟁사 서비스들이 부쩍 늘어난 게 페북에 부메랑을 날린 것으로 보입니다.

페북으로선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용자가 늘지 않으면 페북 매출이 꺾일 게 뻔해서입니다. 페북의 매출 대부분이 이용자들에게 노출하는 광고에서 발생합니다. 페북은 올 2분기에만 168억8600만 달러(20조2513억원)를 벌어들였는데, 광고 수입이 전체의 98.4%(168억8600만 달러)를 차지했습니다. 페북으로선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찾아온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페북의 행보에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페북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암호화폐 ‘리브라’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도 리브라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9월 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토미 버렐 페북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리브라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서비스 개발 중”이라면서 “리브라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반응은 엇갈립니다. 리브라를 향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 국가도 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9월 17일(현지시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패널 토론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안 통화가 되지 않도록 유럽·국제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숄츠 재무장관의 발언이 사실상 페북의 리브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리브라 스포트라이트 받는 이유

그렇다면 리브라가 뭐기에 이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걸까요? 리브라는 앞서 언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는 암호화폐를 뜻합니다. 시장의 수요·공급으로만으로 값이 매겨지는 비트코인보다 가치가 안정적입니다. 주로 달러·엔화·유로화 등 여러 통화로 구성된 은행예금이나 미국 국채 같은 실물자산에 연동해 가치를 보장합니다.

이를 위해 페북도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싱가포르 달러 등 5가지 화폐로 구성된 준비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리브라 1개가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것인데, 방법은 이렇습니다. 페북 사용자가 리브라 100개를 환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페북은 준비금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100달러를 지급합니다. 이렇게 페북이 자금을 제공해 ‘1리브라=1달러’란 약속을 지키겠다는 겁니다.

페북은 이런 리브라를 결제·송금 서비스를 만들어 활용할 예정입니다. 페북 계정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상의 지갑을 만들어 리브라를 사고팔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리브라를 현금처럼 쓸 수 있죠. 리브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페북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에도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페북이 비자·마스터카드·페이팔 등 대형업체 10곳과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실 리브라는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리브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그 후방에 페북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페북은 증가율이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이용자 수(24억1400만명)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인구 3분의 1이 페북을 이용하고 있는 셈인데, 이들이 일제히 리브라를 이용한다면 리브라는 세계인의 공용화폐로 등극하게 될지 모릅니다. 페북이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암시하자 국제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관건은 리브라가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느냐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중국 대표 SNS인 위챗의 결제·송금서비스 ‘위챗페이’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죠. 위챗 이용자들은 상품구매나 영화표 예매 등 거의 모든 결제를 위챗페이로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위챗페이의 가상 지갑에 있던 잔액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위챗페이 서비스 방식과 유사

10억8000만명(2019년 1월 기준)에 이르는 위챗 이용자들이 이용하면서 위챗페이는 빠르게 위챗의 대표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참고 : 2015년 위챗페이가 속한 핀테크·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텐센트 전체 매출의 4.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그 비중이 24.9%(2018년)까지 치솟았습니다.]

페북의 서비스 방식이 위챗페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북의 리브라 역시 시장에 안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겁니다.

페북은 리브라를 활용한 결제·송금 서비스를 내년 중에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북은 과연 리브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수많은 암호화폐가 그랬던 것처럼 리브라도 기억 속에서 잊힐까요? 결과는 곧 나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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