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MB정부의 비정규직 통계 미스터리

▲ 2009년 비정규직법을 논의하던 이영희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가운데, 2008.2~2009.9). 그가 추진했던 비정규직법 개정에 노동계는 개악 반대 구호를 외쳤다.(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의 공약 평가 중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노동정책이다. 4년간의 지표들을 보면 얼핏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과 개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명박(MB)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집중적으로 살펴 볼 부분은 비정규직 문제다. 이 문제가 청년실업•여성고용•고령층•장애인 고용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MB정부는 대선 당시 비정규직의 근무조건과 복지수준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약집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개선, 사회보험 적용대상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정규직 채용 촉진을 위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인건비 증가액 5% 세액공제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MB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나 학계,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봤을 법한 ‘투쟁’을 펼치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차별 여전

통계만 보면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MB정부의 비정규직 고용동향자료를 보면 2008년 상반기 35.2%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2012년 상반기 33.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와 있다. 2008년 3월 53.5%였던 비정규직 종사자가 2012년 3월 47.8%까지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비정규직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가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의 원자료에서 비정규직 관련 자료만 별도로 뽑아 재분석한 결과다.

얼핏 그럴 듯한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다르다. 비정규직 종사자 수를 따져보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64만여명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2년 상반기 581만여명으로 늘었다. 비정규직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 876만여명이던 비정규직이 2012년 833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어떤 자료를 봐도 비율은 낮아졌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절대적인 비정규직 수치가 줄어들지 않았으니 일단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실패다.

그런데 비정규직 비율이 낮아진 이유는 뭘까. 고려대 이성희 교수(경제학과)는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비정규직에 속하지 않은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수적 변화는 없지만 비율은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도 일부 있었지만 파견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가 급증했고, 고용조건이 좋았던 기간제 노동자가 더 열악한 시간제 간접고용으로 전환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현재 35만여명으로 파악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정부가 인정하는 건설운송기계 종사자, 택배 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외에도 퀵서비스, 대리운전, 간병인, 텔레마케터, 방송작가 등 서비스부문에서 종류와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통계에 넣지 않는다. 간접고용 노동자도 150만여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기준을 300인 이상 원청 사업장만 대상으로 해 하청업체 불법파견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의 비정규직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은 격차가 도리어 커졌다. 고용형태별 월평균 임금격차는 2007년 118만원이었지만 해마다 늘어나 올해 초엔 140만원까지 벌어졌다. 더구나 같은 기간 정규직 월 평균 임금이 40만원 상승하는 동안 비정규직은 18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여성고용 확대 부분은 어떨까. MB정부는 여성일자리를 연간 30만개씩 임기동안 총 1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훈련 여성 친화적 유망직종 발굴하고 여성 직업훈련 기회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은 MB정부 4년 정책평가에서 2008년 4만8000명이던 여성일자리는 2011년 17만7000명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여성일자리가 4년 평균 6만6000개 늘어난 셈이다. 여성 정규직 비율도 증가했다. 비정규직센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정규직이 2008년 34%에서 40.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들과 약속했던 연평균 30만개 여성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실적이다.  더구나 이런 실적을 전체 여성고용률 측면에서 따져보면 그리 큰 변화를 유도한 게 아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6월 현재 전체 여성고용률은 49.8%로 2000년 6월의 여성고용률인 48.1%보다 단 1.7%포인트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여성일자리 문제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지어 보면 연평균 6만6000개라는 실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비정규직센터의 관계자는 “여전히 여성 비정규직은 59.8%에 달하고, 비정규직 내 여성 비율이 53.8%로 높다”며 “정규직 내 여성 비율은 33.2%로 남성의 3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0위로 하위권이며, 관리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3.6%인 남성과 격차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남성대비 여성 임금비율은 OECD 19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훈련경험 여부는 2008년 당시 13.5%에 불과했지만 2012년 상반기에는 37.5%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훈련경험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남자는 40.3%, 여자는 33.6%로 차이가 있었다.
▲ 노동계나 학계, 야당은 모두 MB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성일자리 150만개 창출 실패

고령층을 위한 고용정책은 2008년 5월 고령층(55~79세)의 취업비중이 49.9%(441만명)에서 51.4(550만명)로 약 1.5%포인트 증가해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돼 있어 한시적인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비정규직센터 자료에 근거해 비정규직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12년 기준으로 60대는 83.35 70대는 95.7%가 비정규직이었다. 2008년에 65세 이상의 93.3%가 비정규직이었으니 의미 있는 감소는 없었다.

전체적인 MB정부 노동정책을 비정규직과 연결시켜 보면 일부 변화에 그치거나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하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성희 교수는 “MB정부가 말했던 것처럼 비정규직 차별 해소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양산 구조가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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