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달앱 성공할까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배달앱 ‘쿠팡이츠’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쿠팡 측은 구체적인 운영방식이나 계획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돼온 우버이츠(우버)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쓴잔을 마셨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이츠의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배달앱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쿠팡은 과연 배민의 아성을 공략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쿠팡이츠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이 배달앱 ‘쿠팡이츠’의 베타버전을 운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커머스 강자 쿠팡이 배달앱 ‘쿠팡이츠’의 베타버전을 운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운영하는 배달앱 ‘우버이츠’가 한국 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2017년 8월 112번째 진출 도시로 서울을 택한 우버이츠는 2년여 만인 지난 9월 철수를 결정했다.[※참고: 우버이츠 서비스는 10월 14일까지 운영된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 시장 경쟁 과열 등 사업 초기부터 우버이츠에 쏟아진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버이츠가 짐을 싸는 동안 국내 이커머스 강자 쿠팡은 ‘쿠팡이츠’로 배달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우버이츠와 비슷한 서비스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쿠팡이츠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쿠팡이 배달앱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 지난 5월이다. 서울 잠실지역에서 시작한 쿠팡이츠 베타서비스는 현재 서울 17개구, 용인 일부 지역(기흥ㆍ수지)으로 확대됐다. 쿠팡이 탐을 내는 국내 배달앱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조원(이하 업계 추정치)을 넘어섰고, 이중 배달앱을 통한 거래 규모는 3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조원에 달하는 배달앱 시장을 쿠팡이 손에 쥐기 위해선 우버이츠가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낮은 인지도다. 쿠팡이 매출액 4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곤 하지만, 배달앱 시장에선 고양이 앞에 쥐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점유율과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다. 앞서 우버이츠도 인지도 확대에 실패했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2019년ㆍ복수응답)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인지도는 92.7%, 요기요 86.5%였던 반면 우버이츠는 7.6%에 불과했다. 

후발주자로서 배달앱을 이미 이용하고 있는 점주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도 문제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다양한 업체의 정보를 볼 수 있어서(64.1%ㆍ오픈서베이 2019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주 모시기 경쟁은 불가피한 셈이다. 우버이츠의 경우, 사업 2년차까지 입점업체가 2400여개에 그쳤다. 

배달의민족 입점업체가 11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배달되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 음식도 배달해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배달앱 업체는 점주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매출액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점주로선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추가로 가입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도 공략 못한 배민의 아성 

쿠팡 측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이기 때문에 입점업체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위 업체인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입점업체 수가 6만개로, 배달의민족(11만개)와 격차가 큰 만큼 쿠팡이츠의 갈 길이 멀기만 한 건 사실이다. 

‘일반인 배달’ 방식도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쿠팡이츠는 우버이츠와 마찬가지로 일반인 배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배달인력을 고용하거나 전문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경쟁사들과 다른 전략이다. 예컨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일하고 싶은 지원자는 ‘쿠팡이츠 쿠리어’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된다. 배송 희망 지역과 배송 수단(자동차ㆍ오토바이ㆍ자전거ㆍ도보)도 선택해 원하는 방식으로 배달을 진행하면 된다. 

배달 건당 단가는 시간대나 날씨, 주문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9월 26일 기준 강남구 배달 건당 가격은 4000~6500원이었다. 여기에 쿠팡이츠가 현재 ‘배송비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예컨대 5000원어치 음식을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을 해주는데, 배달 파트너에게 최소 4000원의 배달료를 지급해야 하는 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사업해온 우버이츠도 결국 ‘수익성’ 때문에 사업을 접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버이츠와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앱 업체와 달리 일반인 배달 방식을 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버이츠와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앱 업체와 달리 일반인 배달 방식을 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반인 배달 방식에 따른 리스크는 또 있다. 전문인력이 아닌 만큼 배달 파트너가 업무에 능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또 즉각적으로 고용이 이뤄지는 탓에 별도의 교육이나 배달 가방 지원 등을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된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면서 “미비점은 보완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우버이츠가 인센티브 방식의 ‘퀘스트’ 시스템을 운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10회 운행시 일정 금액을 지불해, 배달 파트너의 숙련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맹점은 당연히 인건비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손실 플랫폼 지속가능할까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 탓에 경쟁사에 배달 파트너를 뺏기지 않을까 고민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배달의민족이 지난 7월 일반인 배달 시스템인 ‘배민 커넥트’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배달 지원자들이 배민 커넥트와 쿠팡이츠를 비교하는 글이 적잖게 올라온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직접 배달인력을 고용하는 ‘배민 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 주문이 몰리는 탓에 배민 커넥트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각종 프로모션 혜택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쿠팡이츠는 ‘무無 배달료ㆍ최소주문금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배달앱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배달비(64.8%)’와 ‘최소주문금액(49.0%)’을 없애버린 셈이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해 1조97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언제까지 손실만 내는 플랫폼을 유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배달앱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우버가 본업인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점은 쿠팡이츠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쿠팡이츠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버이츠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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