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무너진 이륜차 산업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동차’란 바퀴가 4개 달린 고속 이동수단이다. 그런데 또다른 자동차가 있다. 이륜차(오토바이)다. 중요한 건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 산업과 달리 시장도, 문화도, 정책도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륜차 산업, 이대로 놔둬야 할까.

정부도 민간도 이륜차 산업에 관심이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정부도 민간도 이륜차 산업에 관심이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이륜차(오토바이)는 엄연히 자동차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 탓인지 중요한 자동차 산업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만한 자정 기능도 약하고, 관련 시민단체도 전무하다. 마니아층이 모인 동호회는 공적 역할보단 사적 영역에 치우쳐 있다. 산업이 긍정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토대가 약하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정부도 이륜차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관련 제도 정비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이륜차 산업은 호황기였다. 국내 이륜차 제조사의 쌍두마차였던 대림혼다와 효성스즈끼는 당시 연간 3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후 일본 제조사와 갈라서면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능력의 한계와 정부의 무관심,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규제 일변정책 등 다양한 이유로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시장 규모도 작아졌다. 현재 한국이륜차산업협회에 등록된 회원사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국내 이륜차 판매량은 10만1239대였다. 외국 브랜드 이륜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내 브랜드 이륜차의 비중은 30% 수준이다. 이륜차 주요 수요처인 배달업계에도 외국계 수입 이륜차가 잠식하고 있다. 일반 이륜차 수요 역시 외국계 고급 이륜차에 쏠려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가 대부분이며, 국내 브랜드로는 일부 스쿠터 동호회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운전 문화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륜차는 그 존재만으로도 시끄러운 데다 배달업계 운전자들은 폭주족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운전자 간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도적인 허점도 심각하다. 자동차 등록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도 운전자들은 자동차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금융권에선 담보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재산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한다.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다는 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륜차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로 운행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용 신고는 느슨하기 짝이 없고, 책임보험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지만 무보험자가 훨씬 많다. 종합보험을 들려고 해도 비현실적인 보험료로 인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검사제도는 체계적이지도 않고, 이륜차 전문 자격증도 없다. 폐차 제도는 아예 없고, 말소 신고만 하면 아무데나 갖다 버려도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국산 친환경 이륜차 보급 정책이 탄력을 받을 거라 생각하면 오판이다. 이륜차 산업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기이륜차 보급을 대통령 공약에 따라 억지로 진행해봐야 소용없다는 거다. 정부가 향후 국산 친환경 이륜차 개발 보급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민간에서 긍정적 인식과 문화가 생겨나길 기다리겠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정부가 인식의 전환을 통해 이륜차 관련 제도부터 선진국형으로 바꾸고, 국산 친환경 이륜차 R&D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그게 무너진 이륜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첫걸음 아닐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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