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적자에 숨은 경고음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사람(또는 기업)의 빌딩을 임대해 전대해준 다음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위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워크처럼 기존 시장에 ‘수수료’를 얹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타트업 역시 어려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여기엔 직방, 다방, 배민, 타다 등 알만한 업체가 모두 들어있다. 

위워크의 성장전략에는 혁신이 없었다. 위워크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다.[사진=Ajay Suresh, 위키피디아]
위워크의 성장전략에는 혁신이 없었다. 위워크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다.[사진=Ajay Suresh, 위키피디아]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지난해 단 1달러도 벌어들이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9월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나스닥(NASDAQ) 상장은 연말까지 보류됐다. 설립자 아담 노이만의 평가도 추락했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신뢰를 잃고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처지에 몰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위워크의 자칭타칭 가치가 400억 달러를 오르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선 ‘공유경제의 허술함’이란 중요한 함의含意를 좇아가봐야 한다.

먼저 위워크의 등장과 몰락을 살펴보자. 2010년 위워크는 ‘공유 오피스’란 명제를 들고 시장에 나타났다. 도심에 업무공간(인프라)이 필요하지만 대형 오피스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개인 사업자나 스타트업은 위워크의 출현을 반겼다.

하나의 큰 공간을 함께 빌려 임대료를 나누자는 발상은 ‘공유경제’의 단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워크가 부동산 임대만 했던 것도 아니다. 사용자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등 커뮤니티 플랫폼 기능도 수행했다. 이를 무기로 위워크는 승승장구했다. 설립 9년 만에 전세계 37개국에 진출했고, 국내시장에도 2016년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위워크의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대차轉貸借라는 ‘독특한 사업구조’에서 시작됐다.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공유 오피스는 특성상 다른 사람(또는 기업)의 재산에 속하는 공간을 ‘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 기업이나 사람으로부터 임대료와 관리비를 받아 다시 오피스의 원주인에게 임대료로 주는 것이다. 위워크로선 많은 비용을 부동산 비용으로 소진할 수밖에 없었고, 그 탓에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IT 연구개발엔 힘을 쏟지 못했다.

그러면서 위워크는 서서히 몰락했다. 적자의 늪은 깊어졌고(2018년 기준 16억 달러 적자), 흑자전환은 봄꿈 같은 이야기가 됐다. 문제는 위워크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유오피스·셰어하우스를 표방한 업체들도 비슷한 난제 탓에 홍역을 앓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의 쓴소리를 들어보자.

“기존의 임대차 시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입되는 사업 방식들이다. 기술을 결합해 새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에 편입되는 구조가 됐다.”

위워크 위기, 남의 일일까

국내 스타트업계도 비슷하다. 위워크와 동일한 방식으로 공유오피스·셰어하우스 등을 운영하는 업체의 매출 대부분은 부동산 전대차에서 나온다. 입주사 혹은 입주민으로부터 얻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주요 수익원이다. 임차인이 많다면 상관없지만 공실 비중이 높아진다면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공유오피스·셰어하우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반론을 폈다. “우리가 공간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멤버십 혜택도 준다. 입주사 간 네트워킹이나 입주민에게 콘텐트를 제공해 사용료를 받기도 한다.”

맞는 말이지만 이게 주요 수익원이 될 지는 의문이다. 이 정도 수수료가 성장동력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남의 소유물을 공유해 또 다른 수익을 얻는 ‘모델’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유휴자본을 공유한다는 의미의 ‘공유경제’와도 동떨어진 개념이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과 다방은 좋은 예다.

공유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과 IT의 결합을 기치로 내건 직방의 사실상 수익원은 공인중개사가 보유한 매물을 자신들의 모바일 플랫폼에 올리고 광고비를 받는 것뿐이다.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직방 측은 ‘미래의 수익모델’을 묻는 질문에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또다른 부동산 플랫폼인 ‘다방’의 수익구조도 직방과 비슷하다. 다방 역시 새로운 수익구조를 고안 중이지만 증명된 성과는 아직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그림자

직방 관계자는 수익 구조와 관련해 “플랫폼 기능을 키워 회원 공인중개사의 이탈을 막겠다”며 “새로운 수익 사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배달의 민족’ 역시 남의 소유물(제품)을 공유해 수익을 얻는 기업 중 한곳이다.

기존 제품을 배달해주고 광고비와 수수료를 제공받는 식이기 때문이다. IT기술의 총아 ‘앱’으로 무장했다고 알려진 배민, 타다 등 스타트업들이 기존 시장에 수수료 형식의 ‘비용’을 얹었을 뿐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위워크든 직방이든 배민이든 ‘혁신’을 꾀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빼앗아 먹는 형태로는 혁신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스타트업 중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는 상황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다면 기업 수명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을 꾀한 스타트업이 새 시장을 개척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기업의 성장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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