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이대로 괜찮나

지난 9월 27일 폭스바겐코리아가 Golf A7 1.4 TSI BMT 등 2개 모델을 대상으로 리콜(시정조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어 변속레버에 결함이 있다는 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두 모델은 지난해 12월에도 변속기 문제로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폭스바겐이 또 ‘리콜의 덫’에 걸린 셈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리콜에서도 ‘절차적 허점’이 발견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폭스바겐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9월 두차례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두번 모두 조치가 미흡해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9월 두차례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두번 모두 조치가 미흡해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코리아는 무성의한 리콜 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Golf A7 1.4 TSI BMT를 비롯한 8개(9295대) 모델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진행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때에 조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콜에 필요한 부품(오일)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었다. 일부에선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를 일으킨 차량의 리콜 문제가 남아있어 과부하가 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더딘 리콜 이행률을 높이거나 리콜 지연에 따른 보상안을 강구하지 않았다. 해당 폭스바겐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반년여가 흐른 뒤에야 리콜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랬던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9월 27일 다시 소비자들에게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결함이 발견된 모델은 ‘Golf A7 1.6 TDI BMT’와 ‘Golf A7 1.4 TSI BMT’. 앞서 리콜이 진행됐던 8개 모델 가운데 2개 모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국내에 총 4740대가 있다. 

결함이 발견된 부품은 이전 리콜 때와 다르다. 지난 리콜 당시 문제가 있었던 부품은 변속기 내 오일 압력 생성기였다. 이번엔 자동기어변속 레버 모듈에 이상이 있다는 게 발견됐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기어 변속레버를 P(주차)단에 놓아도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여길 결함이 아니다. 차량정비업계 관계자는 “운행 중에 문제가 생길 우려는 적다”면서도 “하지만 차량을 주차할 때 의도치 않게 움직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리콜만으로 완성차업체의 신뢰성을 논하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리콜을 바라보는 인식이 유독 부정적인데 자동차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데다, 다양한 부품업체에서 납품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성차업체가 9개월여 만에 리콜을 두번 진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폭스바겐 측이 이번 리콜 과정에서도 허술함을 드러낸 건 심각한 문제다.

리콜 대상 폭스바겐 차주 김형균(가명ㆍ36)씨는 “지난번 리콜을 받을 땐 부품이 없다면서 두 번이나 예약이 밀렸고, 결국 7개월여 만에 리콜을 받았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생길까 걱정돼 예약을 서둘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폭스바겐코리아로부터 통보를 받자마자 예약을 잡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본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아직 부품도 없고 매뉴얼도 정해진 게 없다. 10월 중순 이후에나 전화를 달라.” 서비스센터의 말대로라면 폭스바겐코리아가 소비자에겐 이미 리콜 통보를 했지만 서비스센터에는 아직 세부 지침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리콜 통보 받았지만 예약 안 돼

폭스바겐코리아 콜센터의 말은 달랐다. 콜센터에선 “그럴리 없다”면서 10여분 후 “해당 지점에 확인해보니 예약이 꽉 차서 리콜을 진행 안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리콜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완성차업체들의 통상적인 리콜 진행 절차를 감안하면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대답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자동차에 결함이 발견되고, ‘리콜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되면 국토부에 알린다. 이후 교체 수요를 예측하고 부품을 조달한다. 그 다음 서비스센터에 지침을 전달하고 교육 후 리콜을 진행한다.”

해당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는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식서비스센터가 리콜 매뉴얼을 모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를 단순히 기업 간 차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리콜을 진행하기 전 국토부에 제출하는 리콜 계획서에 “언제까지 리콜 이행률을 얼마나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기재하기 때문이다. 리콜 계획서를 작성하려면 당연히 부품 수급 문제를 비롯한 세부 지침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부품을 서둘러 조달하려는 노력이나 구체적인 리콜 방침 없이 무성의하게 리콜 계획서를 작성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일부 서비스센터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부품 수급과 리콜을 위한 사전 준비도 문제없이 진행됐다”면서 “다만, 리콜을 진행하기에 앞서 교육을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리콜 방법을 두고 일부 지점에서 오해가 있어 고객 응대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디젤게이트 이후 지지부진한 리콜 이행률 ▲지난해 12월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리콜 지연 ▲여기에 엇갈린 리콜 지침까지 폭스바겐의 리콜절차는 허술함의 연속이었다. 이를 두고 해프닝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납득시키긴 어렵다. 리콜 준비가 미흡했든 실제로 오해가 있었든 절차적으로 허술한 점이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리콜 미흡 논란, 해프닝일까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유독 국내에선 기업들이 리콜 문제에 무책임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엔 리콜 이행률에 따른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관계부처는 리콜 이행률만 보고 받고, 관리 감독은 하지 않는다. 부실하면 2ㆍ3차 계획서를 내야하지만 정해진 기간이 없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없어 민사ㆍ집단소송으로 이어져도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해외에서처럼 기업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감형해주는 제도가 없어 리콜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리콜에 드는 돈을 판촉비용으로 써서 더 많은 차를 파는 게 이익이라고 여기는 곳이 많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리콜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품 수량이 한정적이고 예약이 많아 족히 한달여는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서비스센터에선 “운행 중엔 문제가 없다”면서 리콜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리콜에 경중이란 없다. 작은 결함도 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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