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침출수매립시설 환원정화설비 현장소장

쓰레기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악취와 오염수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를 잘 썩게 만들고, 오염수를 정화하는 특별한 시스템이 도입된 건 이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내년 4월 실증연구를 마치고 본격 가동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숙제도 만만찮다. 이 시스템의 설계부터 운영까지 도맡아 온 김영규(42) 침출수매립시설 환원정화설비 설치공사 현장소장을 더스쿠프(The SCOOP)가 만나봤다. 

김영규 소장은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건 이해당사자들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정치호 아트디렉터]
김영규 소장은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건 이해당사자들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정치호 아트디렉터]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시스템. 쓰레기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오염수)를 쓰레기장에 다시 주입해 쓰레기를 빨리 썩게 하고, 가스발생량을 늘려 가스발전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침출수를 모아 재활용하기 때문에 침출수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까지 막는다. 공식 명칭은 ‘침출수매립시설 환원정화설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2013년 수도권매립지에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실증연구 목적으로 도입했고, 이듬해에 운행을 시작해 지난 6년간 테스트를 계속했다. 이를 통해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8년부터 쓰레기 매립이 끝난 지역에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공사(1단계 공사)가 진행됐고, 내년 4월 공사가 완료된다.

1단계공사가 완료되면 수도권매립지의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은 ‘실증연구’라는 딱지를 떼고 정식 가동된다. 반길 일이지만, 김영규 소장은 역설적으로 “바이오리액터 필요 없는 매립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 수도권매립지에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 도입된 계기가 뭔가.
“바이오리액터의 1차 목적은 쓰레기를 빨리 썩혀서 토양을 안정화하는 거다. 그런데 기존에는 생활쓰레기를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버렸기 때문에 수분이 충분했고, 쓰레기를 빨리 썩혀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다. 그러다 2005년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 어떤 문제였나. 
“유기성(음식물) 폐기물을 함께 묻지 못하도록 한 거다. 환경보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매립 쓰레기가 건조해지니까 20~30년 걸리던 쓰레기 분해기간이 50년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SL공사 측에서 토양 조기 안정화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 그때부터 기술 연구를 했나.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학계에서부터 이미 연구가 진행됐다. 바이오리액터는 음식물쓰레기를 함께 버릴 때보다도 훨씬 안정적으로 쓰레기 분해를 촉진하고 침출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의 기술을 섭렵한 전문가다. 그가 현장소장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학계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
“도움 정도가 아니다. 선행 연구가 없었다면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학계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리액터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던 SL공사가 이를 토대로 2009년 바이오리액터 기술공모를 했다. 바이오리액터 분야에선 첫번째 공모였다.”

이 기술공모에서 한국종합기술 컨소시엄은 경쟁 컨소시엄보다 가격이 높아 탈락했다. 하지만 경쟁사가 바이오리액터 실증연구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3년 두번째 기술공모에서 선정됐다. 

✚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 
“맞다. 학계의 연구, 환경부와 SL공사의 바이오리액터 도입 필요성 인식과 의지, 한국종합기술의 설계능력이 한 데 맞물려 이번 바이오리액터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

✚ 한국종합기술은 경쟁사와 뭐가 달랐나. 
“성패는 쓰레기매립지에 물을 주입할 때 안정적으로 스며들도록 할 수 있느냐에서 갈렸다. 우리는 독자적인 기술(건설신기술 630호)을 개발해 그게 가능하도록 했다.”

✚ 실증연구 기간이 6년이면 꽤 긴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효성이 있다는 근거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얻을 기간이 필요했던 측면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법제도 아래선 침출수를 재사용할 수 없었다. 그 자체로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연구 목적은 괜찮았지만 실제 설비를 하면 안 됐다. 법(폐기물관리법 등)을 바꿔야 했다.”

✚ 왜 불법이었나.
“민간에서 관리하는 사업장 폐기물 매립장 등에서는 침출수를 정화해야 하는데 정화설비를 들이지 않거나 액상 폐기물을 무단 투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법을 고쳐야 했고, 2017년 개정됐다. 합법이 되고 난 다음에 1단계 공사(2018년)도 시작됐다.”

✚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그렇다. 사실 실증연구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법이 바뀌지 않으면 상용화를 못하니까 기업 혼자서는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학계와 SL공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모두 힘을 합친 결과다.”

✚ 이 기술을 다른 매립장엔 쓸 수 없나. 
“가능하다. 광역지자체들은 관심도 많고 견학도 온다. 문제는 돈이다. 아직 정식 상용화가 안 돼서 표준단가 같은 게 없다. 그래서 정부 지원을 못 받고, 지자체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상용화된 이후라면 정부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어 적용 사업장이 늘어날 듯하다.”

✚ 수출은 어떤가. 해볼 만한가. 
“이미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 차관 형식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투입된 기술이다. 당연히 사업장을 넓힐 계획이다.”

1단계 공사는 내년 4월 마무리된다.[사진=한국종합기술 제공]
1단계 공사는 내년 4월 마무리된다.[사진=한국종합기술 제공]

✚ 현재 바이오리액터 시스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수도권매립지가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지다. 이런 실증연구 설비도 여기가 최대다. 당연히 기술 수준도 최고다. 경쟁국을 굳이 꼽자면 일본인데, 우리와 방식이 다르다.”

✚ 어떻게 다른가. 
“일본에선 쓰레기를 소각해서 매립한다. 그러면 침출수도 거의 안 나오고, 쓰레기를 썩힐 것도 없다. 그래서 바이오리액터도 필요 없고 소각기술이 발달했다.”

✚ 일본의 방식이 더 낫다는 건가.
“맞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일본은 분리수거를 통해 대부분 재활용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빼면 태울 수 있는 것과 못 태우는 것으로 나뉜다. 그러니 소각할 수 있는 건 소각하고, 못 태우는 쓰레기와 함께 묻어버리면 끝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쓰레기 처리 방향도 일본 방식이다.”

✚ 분리수거가 잘 안 돼서 바이오리액터가 탄생했다고 봐도 되나.
“그렇다고 봐야 한다. 사실 바이오리액터를 통해 기술 수준이 최고가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소각 쓰레기가 아니라 생쓰레기를 묻고 이걸 빨리 썩게 하는 게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니까 쓰레기 매립에 관한 악조건이 기술을 발달시킨 셈이다.” 
글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사진 = 정치호 아트디렉터 
cheehoz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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