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많은 이들이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없다’며 하소연한다. 식비든 보험료든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그게 아니다. 세상에 줄일 수 없는 지출은 없다. 재무계획을 바꾸고, 돈 쓰는 습관을 바꾸면 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30대 맞벌이 재무설계 두번째 편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게 목돈 마련의 첫걸음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게 목돈 마련의 첫걸음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결혼 6년차인 곽현성(가명ㆍ35)씨와 주희진(가명ㆍ33)씨 부부. 남편 곽씨는 직업군인으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아내 주씨는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슬하에는 4살배기 딸 아이가 있다. 부부는 아이가 점점 커가는 데다 내년에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주거 불안정’이 가장 큰 고민이다. 지금은 주씨의 친정 부모님이 계신 의정부에서 남편 곽씨가 복무하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 친정 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시는 데다, 사택에서 살고 있어서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주씨는 “아이가 둘이 되면 매번 남편을 따라 이사다니기도 어렵지 않겠냐”면서 “부모님 댁 근처에 주택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의 가계부는 늘 적자(합산소득 월 580만원)였다. 앞서 1차 상담에선 과도하게 지출하는 부부용돈(80만원→60만원)을 20만원을 줄였지만 여전히 매달 초과 지출하고 있었다. 

이번 상담에선 더 적극적으로 재무목표에 대비하기로 했다. 먼저 주택마련 방법을 모색해 봤다. 다행스러운 점은 주씨 부부가 아직 6년차로 ‘신혼부부 신혼희망타운’ 지원자격(결혼 7년)이 된다는 점이었다. 신혼희망타운은 주변 시세 대비 20~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고,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가 지원된다. 매입이 아닌 임대형태로도 가능하다. 

여의치 않다면 군인 주택 특별공급을 노려볼 수도 있다. 군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로, 국군복지포털에서 지원하면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군 배정(군에 할당된 분양)과 통합배정(군을 포함한 기타기관에 할당된 분양)으로 나뉘며 가입기간 6개월 이상의 청약통장을 제출해야 한다. 

이제 주택자금 마련 등을 위해 가계부를 재정비할 차례다. 먼저 통신비는 곽씨의 나라사랑카드와 연계한 군인전용 요금을 이용해 5만원(16만원→11만원)을 절약했다. 매달 75만원씩 드는 식비도 꼼꼼히 살펴봤다. 3인 가족 기준 식비치고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씨의 친정 어머니가 매번 반찬을 해다 주시는 만큼 줄일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 식비의 많은 부분을 지인들을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는 데 쓰고 있었다. 별도의 모임비(25만원)가 있는 만큼 식비를 75만원에서 50만원으로 25만원 줄이도록 했다. ‘겹치기 지출’은 또 있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주로 쓰는 부부용돈도 10만원 줄였다(60만원→50만원). 

41만원에 달하는 각종 보험료도 손보기로 했다. 곽씨가 가입한 군 단체보험은 사망보험금부터 진단비, 실손보험까지 보장된다. 가족에게도 입원의료비 등 일부가 지원된다. 먼저 아내와 아이 몫의 보험은 유지하되 100세 때 받는 적립금은 없애기로 했다. 또 곽씨의 보험 중 중복 보장되는 상품들을 해지해 22만원을 절약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납입 횟수가 중요한 만큼 최소 납입금액으로 줄이도록 했다. 남편 몫은 18만원(20만원→2만원), 아내 몫은 8만원(10만원→2만원) 줄여 총 26만원을 절약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였던 적금(30만원)도 해지했다. 

이제 아이 양육비ㆍ교육비를 살펴볼 차례다. 주씨 부부가 아이를 위해 붓고 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원, 적금 20만원, 출산적금 15만원을 모두 해지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야 쓸 수 있다. 그런데 청약가산점 면에서 미성년 때 가입한 청약통장은 큰 혜택이 없다.

적금 역시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물가도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였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이익을 주는 상품에 가입할 계획을 세웠다.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비과세 혜택도 꼼꼼하게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어린이펀드를 추천했다. 어린이펀드는 미래가치가 높은 가치형 펀드에 투자해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손해에 대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의 대학자금 마련에 적합하고, 훗날 증여세를 피할 수도 있다. 월 납입금 20만원의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다. 

이렇게 절약한 금액 총 163만원 중 어린이 펀드(20만원), 초과 지출해오던 12만원을 제외한 131만원으로 주택자금ㆍ노후자금 마련에 대비하도록 했다.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상품들을 위주로 가입하도록 했다. 

먼저 발행어음(50만원) 상품에 투자해 임신과 출산에 대비하도록 했다. 발행어음은 1년 이내 단기 상품으로, 시중은행 대비 높은 확정금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모바일 플랫폼 전용 발행어음의 경우, 5%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축은행 예금상품(30만원)에도 가입했다. 저축은행 상품 중엔 장기간 가입시 세전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해주는 상품이 더러 있다. 가입 기간별로 적용되는 금리를 잘 확인하고, 예금자 보호가 가능한 5000만원 이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에는 매달 35만원씩 붓기로 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이나 달러, 글로벌 우량헤지펀드에 재간접투자 하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했다.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비상금으로 모아뒀던 658만원을 청약통장 예치금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주씨 부부의 경우, 아파트 분양이 절실한 데다 민영아파트 분양시엔 예치금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씨 부부의 재무설계를 마쳤다. 592만원에 달했던 총 지출을 564만원으로 줄였고, 잉여자금 16만원은 비상금 용도로 통장에 모으기로 했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