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라임의 출사표와 쓸모없는 전봇대
[SCOOP? STORY!] 라임의 출사표와 쓸모없는 전봇대
  • 이혁기 기자
  • 호수 358
  • 승인 2019.10.08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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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한 킥보드 공유업체 라임

한국에선 전동킥보드를 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할 뿐만 아니라 헬멧도 써야 하고, 도로에서만 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원조’격인 미국의 라임이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라임은 한국처럼 규제투성이었던 미국 교통법을 바꿀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과연 그 기세는 한국에서도 통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라임의 출사표와 한계를 취재했습니다. 

미국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시청역 인근의 덕수궁. 전기로 가는 킥보드 한대가 도로를 지나갑니다. 헬멧을 쓴 운전자는 사람으로 붐비는 돌담길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듯하더니, 이내 좁은 골목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렇듯 최근 교통이 복잡한 서울 도심에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중교통보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고, 차가 다닐 수 없는 곳도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동킥보드를 선호합니다.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7년 7만5000대였던 퍼스널 모빌리티(1인용 교통수단) 수가 2022년에는 2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동킥보드의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2월 한국소비자원이 전동형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 200명에게 ‘현재 주로 이용하는 전동형 퍼스널 모빌리티가 무엇인가’를 물어본 결과, 전체의 66.5%가 ‘전동킥보드’라고 답했죠.

전동킥보드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업체가 곳곳에 전동킥보드를 배치해 두면 이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타는 방식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엔 적당한 곳에 두면 됩니다. 전동킥보드를 대중교통처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 서비스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세계에서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으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주州의 도시들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하나같이 이용자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두에 있던 스타트업 중 하나인 ‘라임(Lime)’은 2017년 창업한 지 1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기업)으로 선정될 정도였으니까요. 지난 9월엔 라임 누적 이용횟수가 1억건을 돌파했죠.

라임은 세계 120여개 도시에 진출하면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엔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 시장에도 발을 내디뎠습니다. 지난 1일 라임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첼 프라이스 라임 아태지역 부사장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수요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면서 “한국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는 20여곳에 이릅니다. 전동킥보드 수는 1만대 안팎이죠. 라임은 국내 서비스에 전동킥보드 500대를 투입했고, 연말까지 1000대 규모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전동킥보드 수의 10%에 달하는데, 그만큼 빠르게 한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라임의 등장으로 다시 조명을 받는 이슈가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은 법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와 함께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있는 탓입니다.

라임, 샌프란시스코에서처럼…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이용 시 운전자면허증은 물론 헬멧을 써야 합니다. 취미 삼아 전동킥보드를 직접 구매한 이들이야 헬멧을 쓰겠지만, 전동킥보드를 즉흥적으로 타는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이 헬멧을 준비할 리는 만무합니다. 결국 업체에서 헬멧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긴데, 도난 문제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더구나 오토바이가 그렇듯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도 달릴 수 없습니다. 공유업체로선 서비스 영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지난 3월 정부 차원에서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만, 언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애당초 라임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 주州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라임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2017년) 캘리포니아에서도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숱한 문제가 노출되자 이듬해 2월 캘리포니아 의회가 법안을 손봤고, 공유업체에 불리했던 상황도 크게 나아졌습니다. 이제 캘리포니아주에선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가 시속 32㎞를 넘지 않는다면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지자 미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사진=뉴시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지자 미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사진=뉴시스]

라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서비스의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라임은 전동킥보드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안전성에 방점을 둔 최신 모델 ‘라임 Gen 3.0’을 한국 서비스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모델은 주차금지구역이나 속도감속구역 등을 표시해주는 LED화면과 손과 발에 이중 브레이크 등이 탑재돼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라임이 별도 가입한 보험이 이용자에게 적용됩니다. 또 라임은 모바일 앱을 통해 안전교육 프로그램 ‘퍼스트 라이드’도 지속적으로 배포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국내법 개정이 숙제

안전성 이외에 라임이 업계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바로 ‘쥬서(Juicer)’입니다. 이는 전동킥보드를 수거하고 충전해주는 이들을 뜻하는 용어로, 라임은 충전의 대가로 쥬서에게 돈을 지급합니다. 국내 업체 대부분은 전동킥보드를 자체 수거하거나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쥬서는 개인정보와 은행계좌만 제공하면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임의 비싼 요금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라임은 기본요금 1000원을 내면 5분간 사용이 가능하고, 이후엔 1분당 180원씩 추가요금이 붙습니다. 킥고잉(100원)·고고씽(100원) 등 대부분의 국내 업체보다 요금이 꽤 비쌉니다. 라임 관계자는 “라임은 자체 제작한 전동킥보드와 24시간 서비스센터 등 높은 서비스 품질을 지원한다”면서 “가격이 비싼 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쨌거나 라임의 진출로 성장이 더뎠던 한국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전동킥보드 신화’를 써내려갔던 라임은 과연 국내 시장의 흐름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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