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진출한 KB국민은행

‘알뜰폰 시장’에 KB국민은행이 출사표를 던졌다. 알뜰폰을 통해 금융과 통신이 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시장의 전망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이통3사 자회사가 장악한 알뜰폰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KB는 과연 알뜰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메기가 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의 전략과 성공 가능성을 취재했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남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남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의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MVNO) 진출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 와서 된다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게다가 5G 망을 임대하라는 정부의 압박과 알뜰폰 업체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동통신사가 KB국민은행의 등장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금융위원회가 4월 17일 발표한 혁신금융서비스에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이 포함되면서다. 서비스 명은 ‘Liiv M’, 10월 중 론칭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5G 망을 빌려 5G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동통신사 중 알뜰폰업체에 5G 망을 대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의 목표는 휴대전화에 유심(USIM)칩만 넣으면 앱 설치, 공인인증 등의 절차 없이 금융·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KB금융 계열사와 콜라보를 통해 ▲휴대전화 구매자금 대출 서비스 ▲금융상품 가입 시 요금할인 등 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금융위는 실생활에 가장 필요한 통신과 금융의 융합이라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을 노리는 건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많은 혜택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디지털전환 등의 영향으로 훌쩍 커진 모바일뱅킹을 잡겠다는 건데,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중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4993만4000명이었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올 상반기 1억1288만8000명으로 6년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모바일뱅킹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9091만건)와 금액(6조417억원)도 같은 기간 각각 4.2배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모바일뱅킹 만족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가 평가한 국내 시중은행 앱의 만족도는 안드로이드 2.4점, iOS 3.3점으로 낮게 나타났다(점수 분포 2점 미만~4점 이상·숫자가 많을수록 만족도 높음). 특히 공인인증서 사용 등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알뜰폰 시장 진출한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이 알뜰폰을 통해 모바일뱅킹을 장악하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알뜰폰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통3사의 자회사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활력이 사라진 알뜰폰 시장에서 국민은행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의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27.0% (218만3000명)에 이른다. 이통사 한곳당 평균 가입자 수는 72만7000명으로 나머지 중소 알뜰폰 업체 39곳의 평균 가입자 수 15만2000명보다 4.8배나 많다. 알뜰폰 시장에 긴장감이 사라진 이유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알뜰폰 업체와 금융사와의 제휴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이통3사 중심의 시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5G 요금제와 국민은행의 할인 서비스는 알뜰폰 고객보다는 이통3사의 고객이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기존 알뜰폰 업체와의 경쟁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이통3사에 맞서 알뜰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또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국민은행이 알뜰폰 업계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은행이 중소 알뜰폰 업체의 편에 서면 이통3사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기가 수월해 질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반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통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의미 아니겠냐.”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이통3사가 장악한 시장을 흔들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2013년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쇼핑할인혜택, 통신료 추가할인 등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의 문을 두드렸음에도 ‘고배’를 마신 건 대표적 예다. 홈플러스는 2017년 11월, 이마트는 지난해 4월 알뜰폰 사업을 접었다.


치열한 경쟁 버틸 수 있을까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통신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알뜰폰 시장에서 정착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은행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업인가기간 4년을 버티는 게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통업계 관계자 역시 “5G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건 새 단말기 출시효과 덕분이다. 5G 스마트폰의 수급도 어려운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와의 경쟁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2년 안에 알뜰폰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하겠다던 국민은행의 목표가 최근 20만~30만명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은행이 남의 고객을 빼앗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알뜰폰 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은행은 과연 이통3사 중심의 알뜰폰 시장을 흔드는 메기가 될까, 아니면 물만 흐려놓고 내빼는 미꾸라지로 전락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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