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계 최저임금 탓에 붕괴됐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임금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정부가 2018년ㆍ2019년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이유다. 효과는 있었다. 통계청의 가구동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분명히 증가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이 줄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때문에 자영업계가 붕괴했다는 건 과한 분석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의 붕괴 이유를 냉정하게 살펴봤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2018년부터 저소득층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2018년부터 저소득층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건 2018년(16 .4%)과 2019년(10.9%), 두차례였다. 두번의 인상은 한국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다. 편의점주는 높아진 인건비 때문에 적자를 보고, 아파트 경비원은 최저임금이 올라 해고된다는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이 주장을 두고 한쪽에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계가 무너진 건 아니다’고 맞받아친다. 어느 쪽이 옳을까. 가장 쉬운 통계인 ‘폐업률’부터 따져보자. 수많은 미디어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폐업률이 상승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연도별 폐업률은 수십년째 비슷하다.  2010~2 013년엔 80%대였으나 2014~2017년은 70%대로 오히려 하락했다. 

4대 업종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89.2%로, 2017년(87.9%), 2016년(77.7%)보다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여기엔 개업업체 수가 줄어든 원인도 있었다. 폐업업체 수는 40만개 정도로 예년과 비슷했지만, 꾸준히 48만개 수준을 유지하던 개업업체 수가 45만개 수준으로 감소한 게 폐업률을 끌어올렸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자영업계는 “힘들어졌다”는 이유로 당장 폐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이라서다. 폐업을 하면 생계를 유지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그래서 “많은 자영업자가 버는 게 많지 않음에도 폐업을 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닥쳐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럼 우린 무얼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해 근로자외 가구의 현주소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근로자외 가구는 가구주가 근로자가 아닌 무직자이거나 자영업자인 가구를 뜻한다. 한국 자영업계 현실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다.

결과는 어떨까. 전체 근로자외 가구의 가계소득(전년 동기 대비)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기 직전인 2017년 4분기(5.4%)보단 상승세가 꺾였지만(2018년 1분기ㆍ1.9%),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증가세를 유지한 셈이다. 

문제는 모든 근로자외 가구를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느냐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영업자는 고소득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소득층인 4ㆍ5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최저임금 상승과 무관하게 증가세를 유지했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2018년 이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계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전체 근로자외 가구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던 것도 이들 소득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럼 근로자외 가구의 1ㆍ2ㆍ3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통계는 어떨까. 답은 다음과 같다. “영세 자영업자로 추정할 수 있는 ‘저소득층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2018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20% 가구인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2018년 1분기 13.8%(93만5109원→80만6242원) 감소를 시작으로 2분기(15.9%), 3분기(12.1%), 4분기(27.9%) 모두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이를 두곤 반박이 나올 수 있다. “1분위 근로자외 가구를 모두 영세 자영업자로 추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 비중은 11% 수준으로 높지 않다. [※ 참고: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중 80.9%가 공적연금ㆍ기초연금ㆍ사회수혜금ㆍ세금환급금 등 공적이전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분위 근로자외 가구는 실업자ㆍ은퇴자 중심으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범위를 넓혀 소득의 주원천이 사업소득인 2분위 가구의 상황은 어떨까. 답은 주목할 만하다. 2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이 꺾이는 시점이 2018년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6.1%(199만8737원→187만6789원) 감소했다. 직전 분기인 2017년 4분기엔 8.9% 상승했는데, 지난해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띠었다. 이후 흐름도 1분위 근로자외 가구와 다르지 않다. 6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이런 소득 감소는 중산층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3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전년 동기 대비 소득 증가율도 2018년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들의 2018년 1분기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6%(312만9225원→301만6691원) 감소했다. 이어 2분기(-5.4%), 3분기(-2.6%), 4분기(-4.2%)에도 소득이 떨어졌다. 올해 1분기(3.3%)ㆍ2분기(3.6%)엔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이는 2018년 줄어든 소득의 기저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1ㆍ2분기 소득이 더 적다.

가구동향조사의 냉정한 시사점 

2ㆍ3분위 근로자외 가구 전체소득이 감소한 건 사업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두 가구 집단의 사업소득은 2018년 내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수치를 보였다.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구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고소득 자영업자의 삶은 개선된 반면,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이 통계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계가 무너졌다는 논리를 반박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논리엔 힘을 실어준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외 임대료 등 영세 자영업자들을 꾸준하게 괴롭혀온 변수들을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시사해준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외에도 골목상권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숱하게 많다”면서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민생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통과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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