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 노마드 답일까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S 상품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파생결합상품을 찾아다니는 ‘투자 노마드’까지 등장했다. 한편에선 이도저도 위험하니 리츠(REITs)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 투자자는 어디를 노려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파생 노마드의 실효성에 질문을 던져봤다. 

최근 발생한 DSL 사태의 영향으로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발생한 DSL 사태의 영향으로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D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DLS 등 파생상품을 향한 투자자의 불안감도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DLS 사태’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DLS 판매잔액 6723억원(9월 25일 기준) 중 5784억원의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예상 손실액은 513억원, 잔액기준 손실률이 52.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금리와 연계한 DLS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에선 이미 100% 원금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DLS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은 저금리 국면에서 주목받는 투자처였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은행금리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참고: DLS와 ELS는 투자시 약정한 주가·환율·금리·원유·금 등 특정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차이점은 ELS의 기초자산이 주가지수나 주요국의 개별 주식이라면 DLS는 이자율·환율·기업신용도·실물자산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DLS 사태’가 터지면서 DLS 시장의 발행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DLS(원금비보장형) 발행액은 9956억원으로 전월 1조9832억원 대비 49.8%(9876억원) 감소했다. 2016년 1월 8587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금보장형 DLS로 불리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발행액이 1조768억원에서 9990억원으로 7.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DLS를 향한 투자자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DLS 시장은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중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DLS 손실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됐다”며 “과거 ELS 시장에서도 손실발생 이후 발행액이 평균 42.6% 줄어든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볼 때 DLS 시장은 2020년 하반기 이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ELS 시장도 대규모 손실 이후 회복하는 데 평균 13개월의 기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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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다른 투자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파생결합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은 대안인 것도 아니다. 파생결합상품의 구조상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경만 엉클조 아카데미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파생결합상품은 과거의 경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특정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몇년간 손실구간에 진입한 적 없다’는 데이터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투자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새로운 투자처로 리츠(REITs)를 거론하지만 이 역시도 위험요인이 많다. 물론 9월 정부가 발표한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의 영향으로 리츠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리츠펀드 183개 중 6개월 수익률이 5%를 웃도는 펀드는 30개(10월 2일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단점이 너무 뚜렷하다. 부동산 시장이 경기흐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걸 감안하면 낙관론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이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엔 인덱스(지수형) 투자가 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기림 리치빌재무설계 대표는 “파생결합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100%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덱스 투자는 자산 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100%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수익보다 손실 가능성을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지수를 이용한 인덱스 투자는 투자 현황을 파악하기 용이해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둔화, 한일 무역갈등 등 변동성이 시장을 괴롭히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명확하다. 리스크를 최소화해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다. 조경만 대표는 “투자에도 경험이 필요하다”며 “인덱스 투자, 배당주 투자,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행을 따라 투자에 나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며 “지식이 없는 투자처에 투자한 후 마음을 졸이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안전한 방법으로 자산을 쌓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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