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하는 현대차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미래기술이 융합하는 매개체다. 당연히 자동차산업 생태계도 크게 변모할 공산이 크다. 이전처럼 자동차만 만드는 기술로는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업체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순혈주의에 집착하던 현대차가 ‘혼혈’을 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순혈주의를 버리고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협약을 맺었다.[사진=뉴시스]
현대차가 순혈주의를 버리고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협약을 맺었다.[사진=뉴시스]

최근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차 업체 앱티브(Aptiv)와 합작회사 설립 협약을 맺었다. 각각 2조4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매머드급 신기술을 개발ㆍ보급하자는 취지다. 눈여겨볼 만한 행보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완성차업체는 지난 130여년간 유지해왔던 수직하청 구조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힘들어졌다. 단순한 이동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이제는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불릴 만큼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기술 직접도 역시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은 눈부시게 향상됐다. 카셰어링ㆍ라이드셰어링 등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바꿀 만한 공유경제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래 자동차산업에선 누가 주도권을 거머쥘지도 불투명하다. ▲자율주행차용 라이드센서 등 고부가가치 부품을 만드는 기업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기업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 모두 완성차업체들의 경쟁상대다.

이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건 소프트웨어 업체다. 여러 기술이 융합된 자동차를 움직이는 ‘정신’이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GAFA’라고 불리는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이 미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이종異種 결합’이다. 자동차가 융합제품의 대표 산물로 떠오른 만큼 다양한 장점을 가진 기업과의 공동투자와 연구ㆍ개발(R&D), 합종연횡 등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이는 국내 기업들에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과 고질병인 1고高ㆍ3저低(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가 보편화된 탓에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일례로 친환경차 분야는 선진국 대비 약 90%(격차 2년), 자율주행차는 75%(격차 4~5년) 수준이다. 심지어 공유경제 분야는 이해 단체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인해 7년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현대차와 앱티브의 합작회사 설립의 의미가 상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로선 선진국과 격차가 있는 자율주행차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앱티브로서도 현대차와의 결합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 이슈가 갖는 의미가 기술력 확보에만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현대차가 혼혈주의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건 가장 큰 변화다. 해외 인재를 영입하고, 직급을 정리해 계급적인 조직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큰 전진이다. 현대차는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자동차 융합을 위한 이종 연합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특히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의 기술력 좋고 가성비 높은 기업과의 연계를 확대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기업끼리 시너지를 낸다면 정부에도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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