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갉아먹는 노동시장 후진성

프랑스는 적게 일하면서도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강한 개혁 의지를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알리면서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이런 소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자세다.[사진=연합뉴스]
프랑스는 적게 일하면서도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강한 개혁 의지를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알리면서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이런 소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자세다.[사진=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141개국 중 13위에 랭크됐다. 지난해보다 두 단계, 2017년 대비 네 단계 올라섰다. 경제 부진과 정치적 갈등의 와중에도 한국에 대한 외부평가가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구체적 평가항목을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널려 있다.

WEF는 기본 환경과 인적 자본, 시장, 혁신생태계 등 4개 분야 12개 부문 103개 항목에 걸쳐 국가경쟁력을 평가한다. 이중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보급과 거시경제 안정성 등 2개 기본 환경 부문에서 1위를 지켰다. 세계 최고 수준인 광통신 및 인터넷 보급률과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국가채무비율 등 기초체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경쟁력이 발휘되는 시장과 혁신생태계 부문에서 크게 뒤처졌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얽히고설킨 규제, 까다로운 창업 여건 등이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며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특히 노동시장을 세부항목으로 나눠보면 대부분 꼴찌 수준이다. 노사협력 순위는 지난해 124위에서 올해 130위로 떨어졌다. 정리해고 비용도 114위에서 116위로 뒷걸음질했다. 고용 및 해고 관행도 87위에서 102위로 밀렸다.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전투적인 대결구도이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음이다. 

게다가 경제활동의 기본 환경인 제도 부문에서 규제개혁(정부 규제가 기업활동에 초래하는 부담 87위, 규제개혁에 관한 법적 구조의 효율성 67위)은 머뭇거리고 지적재산권 보호(57위)도 철저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정부의 변화 대응력(36위)과 디지털 신산업 관련 법체계 적응성(33위)까지 더디니 신산업이 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 활력 부문에서도 창업비용과 창업 준비기간, ‘창조적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기업’ 항목 등 창업 관련 항목들 순위가 줄줄이 하락했다.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에서 오너 리스크 인식 정도를 물은 ‘오너 리스크에 대한 태도’ 순위는 지난해 77위에서 올해 88위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하고 창업과 신산업 태동이 어려우니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돼가는 형국이다. WEF가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고 국내 경쟁을 촉진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을 정도다.

매해 나오는 WEF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순위가 오르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는 식의 반응은 곤란하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 CD) 36개 회원국 중 10번째,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7개국 가운데 5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6위)에 뒤짐은 물론 경쟁관계였던 ‘아시아 4룡龍-싱가포르(1위), 홍콩(3위), 대만(12위)’-중에서도 가장 낮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립적 노사관계는 WEF와 IMD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마다 지적하는 저평가 요인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을 해외로 탈출시키는 위협 인자因子다. 지난 5월 IMD가 내놓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노동 개방성은 조사대상 63개국 가운데 61위로 꼴찌였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나흘 시차를 두고 취임했다. 그로부터 2년여 임기가 지난 현재 양국 정부 정책의 결과는 크게 차이 난다.

마크롱 정부는 해고 시 기업 책임을 줄이고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도록 해 노조의 힘을 빼는 등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에 나섰다. 그 결과, 실업률이 낮아지고 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한편 경제성장률은 올라가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며 노동 유연성을 낮췄는데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이 함께 악화됐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로 OECD 평균보다 적게 일하면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천국’으로 불렸다. 역대 정권들이 노동개혁을 시도했지만 강성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마크롱의 성공은 지도자의 강한 개혁 의지와 전국을 돌며 국민토론회를 행한 적극적인 소통 덕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한달 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더니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경제상황 악화를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때문으로 돌렸다. 외부 탓만 해선 안 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노동ㆍ규제ㆍ교육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산업을 혁신하고 경제활력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노동계 눈치를 보며 끌려다니지 않고 마크롱처럼 단호하게 개혁에 나서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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