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혈액원이 1000만원 쏜다! 이벤트 문구 괜찮나

“한마음혈액원이 1000만원 쏜다!” 헌혈하면 1000만원을 집행하겠다는 것으로, 언뜻 봐도 ‘매혈賣血’을 의미한다. 사실이라면 불법이다. 한마음혈액원 측은 “단순한 이벤트일 뿐 매혈은 아니다”면서 “보건복지부에도 해당 이벤트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런 광고문구는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음혈액원의 선정적인 광고문구에 숨은 문제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의문을 단독취재했다. 

한마음혈액원이 과도한 헌혈 이벤트 문구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한마음혈액원이 과도한 헌혈 이벤트 문구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한마음혈액원이 ‘매혈賣血 논란’에 휩싸였다. 이 혈액원은 지난 9월 2일부터 10월 13일까지 ‘생애 첫번째, 두번째 헌혈자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한마음혈액원이 1000만원 쏜다!”는 직설적인 광고문구를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한마음혈액원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베스킨라빈스 하프갤런 ▲도미노피자 페퍼로니L+콜라(1.25L) ▲네네치킨 순살양념반후라이드반+콜라(1.25L)+감자 ▲뚜레쥬르 2만5000원 교환권 ▲파리바게트 촉촉한블루베리쉬폰 등을 기념품으로 내놨다. 

2만5000원 상당의 제품들로, 합하면 1000만원이 된다. 한마음혈액원 측은 “400명의 당첨자를 뽑아 기념품을 준다는 의미”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념품 지급 매혈 아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매혈은 불법이다. 혈액관리법 제3조(혈액 매매행위 등의 금지)를 보자.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給付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제14조에 따른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국제사회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2000년 7월 열린 국제수혈학회(ISBT) 총회에선 ‘이익동기가 혈액원 설립 및 운영에 기초가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헌혈 및 수혈에 관한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일례도 있다. 호주에선 헌혈은 재능기부로 여겨지고 있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헌혈자에게 이동수단 비용 정도만 지원한다.

한마음혈액원 측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국내에서 혈액사업을 하는 대한적십자ㆍ중앙대병원 등도 헌혈자를 타깃으로 기념품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왜 우리에게만 뭐라 그러느냐는 건데, 일정 부분 사실이다. 대한적십자ㆍ중앙대병원도 헌혈자에게 기념품 등을 나눠준다. 혈액관리법 제3조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 또한 불법이지만, 정부 역시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헌혈의 취지를 희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념품을 주는 걸 매혈로 보진 않는다. 헌혈을 증진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하지만 과도한 기념품 살포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행사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매혈은 불법이지만 헌혈자에게 과하지 않은 기념품을 주는 건 ‘관례’라는 얘기다. 

한마음혈액원의 입장도 이와 맥락이 같다. “우리도 대가를 주고 혈액을 제공받는 건 금지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타깃이고 그 수도 400명으로 적다. 많은 국민의 헌혈을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헌혈증진 사업의 일환일 뿐이고 다른 혈액원도 이런 사업을 벌인다. 더구나 이번 이벤트는 연초에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헌혈하면 ‘1000만원을 쏜다!’는 자극적 광고문구를 보건복지부가 “괜찮다”고 했다면 관례로 해석할 수 있다. 매혈을 조장하는 것처럼 읽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한마음혈액원은 ‘1000만원을 쏜다!’는 광고문구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한마음혈액원의 이벤트를 연초에 보고받긴 했다. 생애 첫 번째 헌혈자와 두 번째 헌혈자에게 기념품을 지급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1000만원을 쏜다’란 배너 광고 얘기는 처음 듣는다. 부적절한 점이 있다. 한마음혈액원에게 얘기해보겠다.” 

사실관계를 파고들자 한마음혈액원 측도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헌혈을 증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자극적이긴 했지만 헌혈을 알린다는 이벤트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는 거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헌혈자 수가 늘어나면 혈액원의 수익도 증가한다. 과도한 광고문구까지 동원했다면 이벤트의 저간에 ‘헌혈증진’이란 순수한 의도만 깔려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혈액원은 헌혈로 확보한 피를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넘기고 돈을 받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마음혈액원은 2017년 매출 281억원, 순이익 15억원을 이를 통해 거뒀다. 수익의 출처는 언급했듯 국민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피다. 그만큼 헌혈자 한명을 늘리는 건 혈액원에 중요한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민 1명이 전혈헌혈(400mL)을 할 경우를 전제로 삼았다. ‘이중백(혈액백의 종류)’을 통해 채혈하면 혈액원은 총 두개의 혈액제제(농축적혈구ㆍ신성동결혈장)를 얻을 수 있다. 농축적혈구의 혈액수가는 5만2510원이다. 신성동결혈장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환자 수혈을 위한 수혈용 신성동결혈장의 혈액수가는 5만4010원,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 신성동결혈장은 1만5300원이다. 

두 제제의 값을 더하면 어디에 파느냐에 따라 혈액원은 6만7810원 또는 10만6520원을 받을 수 있다. 농축혈소판(혈액수가 5만1000원)까지 분리할 수 있는 삼중백에 채혈하면 11만8810원 또는 15만7520원이 혈액원의 매출로 잡힌다. 혈액원 입장에선 헌혈자 1명당 적어도 1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매년 300만건 내외의 헌혈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수익원이다. 

헌혈, 혈액원의 막대한 수익원

한마음혈액원 측은 “헌혈을 많이 하면 수익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돈을 맘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옳은 주장이다. 혈액사업의 원칙은 ‘비영리’다. 아무리 많은 매출을 얻어도 혈액원 운영비로만 써야 한다. 

문제는 한마음혈액원이 이 운영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감사원의 피감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회계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가령 한마음혈액원이 헌혈 기념품에 과도한 예산을 집행해 기념품을 미끼로 헌혈자 수를 늘려도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한마음혈액원 관계자는 “우리는 기념품 관련 예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마음혈액원의 ‘1000만원을 쏜다’ 이벤트를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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