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안심할 만한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안심할 만한가
  • 강서구 기자
  • 호수 359
  • 승인 2019.10.1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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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출상품의 불편한 진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려는 차주가 그만큼 많다는 거다. 문제는 2015년 안심전환대출의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서민형 안심대출 금리보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서민형 안심대출 신청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자화상을 뜯어봤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수많은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위험요인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수많은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위험요인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63만4875건, 73조9253억원. 정부가 9월 16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건수와 금액이다. 시장은 당초 서민형 안심대출이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모기지 대출 이용자가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소득기준(부부합산 연 8500만원), 중도상환 수수료 등의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접수 첫날 서민형 안심대출의 신청 건수와 금액은 각각 7222건, 8337억원에 불과했다.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 한시간 만에 신청 건수 5940건, 7810억원이 승인된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참고: 선착순으로 출시된 2015년 안심전환대의 첫날 대출 승인액은 3조3036억원(2만6877건)에 달했다.]


하지만 서민형 안심대출은 뒷심을 발휘하면서 신청접수 7일 차인 9월 22일 모집한도 20조원을 돌파했다. 9월 26일 간소화 신청이 가능해진 이후에는 3일 만에 31만2000건(36조7000억원)이 접수됐다. 결과적으로 서민형 안심대출은 2주 만에 73조9253억원(63만4875건)이 신청됐다. 정부가 제시한 대출한도 20조원을 3.7배가량 웃도는 금액으로,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차주借主가 대거 몰렸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분석했다.이런 인기 때문인지 대출지원 대상 주택의 가격상한선은 2억1000만~2억8000만원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7만명의 차주에 돌아갈 이자부담 경감 효과는 1인당 연 75만원(20년간)으로 매년 최대 3300억원의 가계부채 감축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서민형 안심대출의 결과가 흥행만큼 좋을지는 미지수다. 금리하락기에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한 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유는 숱하다. 무엇보다 현재 1.50%인 기준금리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밥줄인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44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어들며 6월 이후 4개월 연속 10%대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한은은 7월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나 낮췄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예상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성장률 2.2%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말을 이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는 경제가 이렇게 나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시장의 기대가 어떤지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상황에서 1.0%대 기준금리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1.0% 이하의 기준금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시중금리 역시 하락세를 띨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얼마나 떨어질까. 금융 전문가들은 “1%대 주담대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주담대의 기준금리가 되는 5년물 금융채의 금리 하락세(2월 2.07%→10월 1.54%)가 뚜렷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주담대금리도 1% 중반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데다 경기부진 우려의 영향으로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 금융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타면 ‘2015년 안심전환대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으로 안심전환대출(고정금리 2.65%)보다 낮은 금리상품이 속출해 논란이 일었었다. 안심대출의 중도상환 건수가 2년 만에 3만7273건(총 가입건수 32만7000건)에 달했을 정도로 비판 수위도 높았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아 ‘사기를 친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난도 받았다.

1%대 주택담보대출 나올 수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상품 가입은 차주의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형 안심대출은 금리가 인상됐을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금리 변동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상황에 따라 시중금리가 서민형 안심대출 금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대출계약 완료되기 전에는 철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책모기지 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가입 후 금리하락에 따른 논란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형 안심대출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수수료(3년 이내)를 부담해야 한다”며 “때에 따라서는 중도상환수수료만 두번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출금리와 서민형 안심대출의 적용 금리가 1% 이상 차이가 나면 갈아타는 게 맞다”면서도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따져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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