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서점만 옥죄면 작은 서점 숨쉬랴
큰 서점만 옥죄면 작은 서점 숨쉬랴
  • 심지영 기자
  • 호수 359
  • 승인 2019.10.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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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 명암

‘서적·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서점업)’이 지난 2일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대형서점은 향후 5년간 신규 출점은 1년에 1개만 가능하고, 출점 시 36개월 동안 학습참고서를 판매할 수 없다. 언뜻 소상공인 서점을 보호하기 적합해 보이지만, 어쩐 일인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많다. 대형서점만큼 지배력이 커진 온라인 서점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놔둔 데다 서점업계의 현실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점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 명암을 취재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일 서점업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사진=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일 서점업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서적·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서점업)’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향후 5년간(지정기간 2019년 10월 18일~2024년 10월 17일)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인수·확장 등이 금지된다. 대형서점의 신규 출점은 1년에 1개만 허용하며, 신규 서점은 초·중·고등학교 학습참고서를 36개월 동안 판매할 수 없다. 

소상공인 서점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곤 서울서점협회장은 “가장 먼저 생계형 적합업종에 신청했을 만큼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지정이 고사枯死 직전의 소형서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서점이 진출하면 4㎞ 주변 중소형 서점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대형서점 출점 전 중소형 서점의 월평균 매출은 301만원이었지만 출점 후 18개월이 지나면 270만원으로 떨어졌다(중기부 자료).

반쪽자리 정책 지적 쏟아져 

대형서점의 진출에 제동이 걸린 것도 영세서점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역에 대형서점이 하나만 진출해도 그 지역의 서점 대부분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대형서점이 출점하면 평균적으로 중소형 서점 수는 출점 전 17.85개에서 출점 18개월 후 14.07개로 감소했다. 

김성곤 협회장은 “대기업은 지점이 한두개 줄어든다고 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하지만 소상공인은 대형서점 진출에 생사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영세서점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유효한 정책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규제만으론 소형서점의 고사를 막기 역부족인 데다, 정책 자체가 서점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반론의 이유다. 

영세 소상공인 서점은 학습참고서 판매 금지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곤 협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동네서점은 일반적으로 10~20년은 운영한다. 학습참고서가 큰 수입원인데 판매제한기간이 3년에 그치는 건 너무 짧다.” 중기부는 협의를 거쳐 지정한 기간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중견기업·소상공인·소비자·경제전문가 등이 모인 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36개월은 각각의 주체들이 모여 합의한 기간”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서점업에서 제외된 융·복합형 서점이 허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융·복합형 서점은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업종이다. 규정은 ‘카페 등 타 업종과의 융·복합형 서점은 서적 등의 매출 비중이 50% 미만이고 서적 등 판매 면적이 1000㎡(약 300평) 미만이면 서점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형서점을 규제한다고 영세서점에 활력이 감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점업계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사진=뉴시스]
대형서점을 규제한다고 영세서점에 활력이 감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점업계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사진=뉴시스]

중기부 관계자는 “융·복합형 서점은 서적 판매가 본업이 아니지만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서적을 함께 판매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출판업과 신산업의 성장 저해를 막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소형 서점 사장은 “만일 사업 진출 허가를 받은 후에 서적의 판매 비중을 늘린다면 이를 관리할 수 있겠는가”라며 “애매한 규정 탓에 법적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서점이 규제에서 빠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기부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이) 서점업에 해당하지 않아도 관련 사업이니 검토했지만,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제외했다”며 “대형서점이 온라인 판매를 병행해 자칫하면 이중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참고: 서점업의 법적 정의는 매장 등 물리적 공간에서 서적 등 인쇄·출판된 간행물을 갖추고 이를 상품으로 판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업이다.]

하지만 대형서점만큼 온라인 서점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수년새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온라인 전문서점인 예스24의 매출은 3553억원(2011년)에서 5064억원(2018년)으로 7년 사이 42.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교보문고 매출은 4.5% 증가(2011년 5441억원→ 2018년 5684억원)하는 데 그쳤다. 

 
중기부는 특별법 시행과 더불어 소상공인 서점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도 함께 추진 한다.  도서 공동 판로 개척, 중소서점 O2O 서비스 지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관官 차원의 간접적인 지원이 소상공인 서점의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성곤 협회장의 말이다. “영세 소상공인 서점에 필요한 건 완전 도서정가제 같은 현실적인 방안이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를 정가에 판매하되 책값 자체를 낮추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불쌍한 이들을 돕는 듯한 시혜성 지원은 소상공인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업계에는 수익성이 아니라 자긍심으로 버티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보호하려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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