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의 똑같은 배신

국내유가가 ‘내릴 때는 소극적, 올릴 때는 적극적’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판매자의 입장은 늘 똑같았다. “국제가격을 반영하기까지 일정 기간 간극이 있거나 재고 소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요동칠 때면 이런 해명이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름값의 배신을 취재했다. 

기름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8월 31일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이후부터다. 물론 국제유가가 오른 탓이 크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싱가포르 현물 거래가격 기준)은 8월 4주 배럴당 58.92달러에서 9월 3주 64.44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시설 피습으로 공급 우려가 커져서다. 이후 두바이유는 차츰 내려 10월 첫주 58.82달러까지 떨어졌다. 

중요한 건 국제유가가 큰 등락을 거듭할 때 국내유가엔 시장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8월 3주~9월 1주 국제유가와 국내유가의 흐름을 보자. 이 기간 국제유가는 내림세를 기록했다가 9월 2주에야 오름세를 띠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유사의 세전(유류세 인하 조치 감안) 판매가는 8월 4주까지 내려가다가 9월 1주에 곧바로 올랐다. 

주유소도 다를 바 없었다.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와 함께 일주일만에 유류세 인상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E컨슈머(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9월 1주차에 전체 주유소의 80.91%가 휘발유 유류세 인상분을 반영했다. 경유 인상분 반영률은 78.60%였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6일(유류세 인하 조치 시작) 이후 주유소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은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한달이 흐른 시점(2018년 12월 6일)에도 인하분 반영률은 휘발유 24.05%, 경유 16.52%에 불과했다. ‘내릴 때는 소극적, 올릴 때는 적극적’인 국내유가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는 얘기다. 

그럼 정유사와 주유소 중 누가 더 나쁜 걸까. 주유소 판매가격은 국제가격보다 낮을 때도 꽤 많았다. 하지만 정유사의 판매가격은 대부분 국제가격보다 훨씬 비쌌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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