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스타트업] 그녀가 하버드 대신 디저트 선택한 까닭
[月刊 스타트업] 그녀가 하버드 대신 디저트 선택한 까닭
  • 이지원 기자
  • 호수 359
  • 승인 2019.10.17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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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앰퍼샌드 대표
​송명희 대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면서 “뭐든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한다.[사진=천막사진관]​
​송명희 대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면서 “뭐든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한다.[사진=천막사진관]​

외교관이 꿈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사절使節이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유니세프에서 일한 것도, 하버드대에서 사회인류학을 공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운명의 수레는 그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디저트 ‘치즈타르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송명희(34) ㈜앰퍼샌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유를 말할 순 없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어요. 그때 어머니가 접었던 디저트 전문점을 이어받기로 했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작은 디저트라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월간 스타트업 제4편이다. 

✚ 하버드대 유학생에서 디저트 전문점 사장으로… 변신이 남다릅니다. 
“지도교수님과 일본 식문화를 함께 연구했어요. 그러면서 일본 디저트 산업의 면면을 알게 됐죠. 정말 놀라웠어요. 일본 철도역이나 공항 등에 디저트류를 판매하는 기념품 숍이 수두룩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어요.”


✚ 오로지 민간의 힘으로 그렇게컸나요?
“천만에요. 일본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체계적인 전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때 어렴풋이 생각했죠. 한국에도 이렇게 외국인들이 기억하고 사갈 만한 관광상품(디저트류)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에요(웃음).” 


✚ 디저트 전문점을 차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뭔가요? 
“2013년 즈음이었어요. 공부를 더 할지, 유니세프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유니세프에서 일하면서 ‘음식 문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선택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송명희 대표가 2014년 창업한 ㈜앰퍼샌드는 디저트 전문기업이다. 크레이프 케이크 전문점 ‘코쿤케이크’ 신촌역점(현재 영업종료)을 시작으로 크레이프 납품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엔 치즈타르트 전문 브랜드 ‘골든(Golden)치즈타르트’를 론칭했다. 합정동점을 시작으로 연희동점과 온라인몰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공부만 했을 텐데, 디저트 전문점이 낯설진 않았나요?  
“그 반대예요. 어머니가 1992년부터 오랫동안 서울에서 ‘카페라리’를 운영하셨어요. 당시로선 드문 디저트를 판매하는 전문점이었죠. 하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보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접었던 엄마의 사업이자 꿈을 딸이 잇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어요.”  

골든치즈타르트는 프랑스·호주산 프리미엄 치즈를 사용한다.[사진=앰퍼샌드 제공]
골든치즈타르트는 프랑스·호주산 프리미엄 치즈를 사용한다.[사진=앰퍼샌드 제공]

송 대표가 직접 지은 법인명엔 이런 딸의 마음이 담겨있다. 앰퍼샌드(Ampersand)는 ‘&(and)’ 기호를 뜻한다. ‘엄마와 딸’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 송 대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면서 “그게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대표에게 자영업계가 만만했을리 없다. 하버드에서 공부를 했든 유니세프에서 커리어를 쌓았든 그런 걸 배려해주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한국 디저트 시장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런 시장에 무작정 뛰어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듯한데요.  
“디저트 시장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만큼 성장률도 높았어요. 그래서 ‘빈틈’을 찾을 수 있었죠.”  


✚ 그 빈틈이 뭔가요?  
“가격이었어요.”  


✚ 가격?  
“네, 시중에 판매되는 디저트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가격 대비 퀄리티도 다소 아쉬웠죠. 디저트 시장도 고품질 저가격 시대에 도달할 때가 됐고, 그런 제품을 판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 그 전략은 통했나요?  
“그럴리가요. 하하.”  
창업 초기 송 대표는 치즈타르트의 가격을 2000원대 초반으로 책정했다. 일반적인 타르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 소비자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가격이 낮으니 품질도 나쁠 거라는 편견이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입점해 경쟁할 때도 ‘한국 브랜드’라는 게 되레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론칭 초기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바로 옆 일본 타르트 브랜드와 경쟁하게 됐어요. ‘한국 브랜드냐’고 묻곤 일본 브랜드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부지기수였죠. 디저트는 당연히 해외 브랜드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한국 브랜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 속상했죠.” 

✚ 그래서 골든치즈타르트를 어떻게 발전시켰나요?  
“맛에 좀 더 신경을 썼어요. 같은 치즈타르트로 경쟁한다면, 당연히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치즈 배합을 높게 책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앰퍼샌드는 프랑스와 호주에서 수입한 프리미엄 치즈를 블렌딩해 최적의 배합으로 만든다. 다른 브랜드 대비 치즈 함량이 높다. 구운 후 시간이 흐르면 약간 굳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치즈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을 당일 소진 원칙으로, 신선하고 건강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치즈 함량이 높아지면 원가가 비싸지지 않나요? 그럼 가성비가 나빠진다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데요.  
“어머니가 운영하셨던 설비를 보완해서 사용했어요. 일종의 자동화 설비였는데,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묶을 수 있었죠. 물론 원가가 높아지면서 수익은 줄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골든치즈타르트는 현재 시그니처 메뉴인 치즈타르트와 티라미수 타르트, 크레이프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합정동과 연희동점에 하루 평균 150명의 고객이 다녀가고 있다. 지금은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섰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디저트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분석이 많다. 거품이 꺼지면 침체가 몰려올 공산이 크다. 편의점 업계가 디저트 제품을 내놓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치열한 자영업계서 생존법 배워  

✚ 국내 디저트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건가요.  
“맞아요.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한조각이 5000원을 훌쩍 넘죠. 문제는 품질이에요.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하면 물음표가 찍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죠.”


✚ 그래서인지 편의점 디저트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편의점 디저트가 먼저 성장한 곳이 일본이에요. 일본 편의점 디저트도 처음부터 맛이 좋았던 건 아니죠. 편의점 업계가 디저트를 꾸준히 개발하면서, 지금은 디저트 로드숍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한국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봐요. 무엇보다 한국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요. 디저트를 선택할 때에도 가격이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송명희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관광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사진=앰퍼샌드 제공]
송명희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관광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사진=앰퍼샌드 제공]

✚ 편의점 디저트 시장이 성장하면 골든치즈타르트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까요. 
“골든치즈타르트는 온라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어요. 타르트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타르트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온라인 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패키지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역발상이다. 치즈타르트라는 외국 디저트로 한국을 대표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꼭 한국 음식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홍삼이나 김, 김치도 좋아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에서 타깃층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대중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되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는 거예요. 예컨대 골든치즈타르트는 대체하기 어려운 치즈를 제외하곤 대부분 원재료를 국산을 사용해요. 특산물을 사용해 ‘OO에서 난 OO를 사용한 타르트’가 되는 식이죠. 지역이나 인물로 브랜딩을 하는 방법도 있죠.”


✚ 관광상품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평창타르트’를 기획해 올림픽 위원회 담당 부서와 접촉했어요. 목장이 많은 평창의 이미지와 잘 맞아, 올림픽 이후에도 평창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하지만 벽이 높았어요. 푸드 스폰서나 케이터링 업체가 대기업이다 보니 앰퍼샌드가 독자적으로 평창 타르트를 선보일 수 없는 구조였어요.”


✚ 결국 포기한 건가요.
“아쉬움이 많이 남았죠.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프랜차이즈 사업 제의도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요. 
“사업 초반에는 골든치즈타르트를 프랜차이즈화 할까 계획했어요. 하지만 프랜차이즈 시장 사이클이 3년정도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점주 분들 중엔 가진 퇴직금을 모두 투자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아무리 좋은 브랜드도 3년이면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순 없었어요.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는 게 싫은 ‘결벽증’ 같은 게 있어서일 수도 있어요. 다만 예외적인 경우는 있습니다.” 


“100번 실패하면 101번 도전”

✚ 뭔가요? 
“개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분들 중 원하는 분들에게 골든치즈타르트를 납품할 계획은 있습니다. 단 당일 판매, 가격, 위생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야 하죠.”


✚ 단기적ㆍ장기적 목표가 있다면요.
“앰퍼샌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저 역시 소비자예요. 수익이 얼마 남을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생각하는 게 핵심이에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디저트를 많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 제품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손에 들려 해외로 뻗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 끝으로 포부를 전한다면. 
“사실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긍정적이어야 하죠. 100번 실패해도 101번째 성공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글=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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