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커뮤니티의 자화상

‘호텔 같은 아파트’라는 수식어는 이제 흔한 광고문구가 됐다. 아파트 주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나 클럽 라운지 등 커뮤니티 시설이 재건축 아파트 등에도 적용되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가 대부분 선분양 체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커뮤니티 시설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에서 공급한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 10곳 중 7곳이 목적대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파트 커뮤니티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계획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계획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아파트가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 들어가 보자. 한쪽에는 아파트 면적별로 실제처럼 구조를 꾸며놓은 ‘유닛’이 있다. 유닛을 둘러보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설명하는 모형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아파트 내부만큼이나 예비 청약 신청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구간이다. 도서관이나 피트니스센터는 이제 기본이다.

수영장이나 사우나가 있다면 나름대로 갖춰진 곳으로 평가받는다.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고급 라운지 시설이나 아파트에 방문하는 손님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아파트 단지를 소개하는 안내 직원도 단지 내 모형을 보여주며 “커뮤니티 시설이 가까워 생활이 편한 동은 이쪽”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커뮤니티 시설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정부 공급 아파트 시설의 실태 = 하지만 ‘호텔 같은 서비스’가 계획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많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서울시 커뮤니티 시설 공급 및 활용실태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50개 단지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중 원래 용도대로 사용되고 있는 시설은 24.1%에 불과했다.

10곳 중 7곳 정도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다. 특히 목적이 불분명한 주민 회의실이나 사랑방은 공실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민간 아파트 시설의 실태 = 정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뿐만이 아니다. 민간 고급 아파트에서도 커뮤니티와 주민공동시설의 운영이 종종 멈추곤 한다. 조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강남 고급 아파트 중 하나인 반포 자이는 2018년 5월 조식 서비스를 3개월간 시범운영했지만 이용하는 주민이 많지 않아 서비스를 중지했다.
 

민간 아파트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피트니스 클럽처럼 특정 목적이 있는 시설이라면 꾸준히 이용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주민 회의실이나 사랑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설의 경우 주민자치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면 빈 공간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다른 시설로 이용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단지 내 창고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주민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고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모두 분양가에 포함돼 있지만 입주민들은 지불한 만큼 재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문제는 아파트 시설에 ‘분양가’만 포함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관리비가 투입되는 곳도 많다. 또 다른 주민은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관리비로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비용이 투입된다”며 말을 이었다. “이 비용은 모두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리비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어떤 주민들의 경우 해당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 해도 기본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부당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주민 수를 맞추지 못할 때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영에 필요한 최소 주민 수를 맞추지 못할 때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뮤니티의 리스크 = 커뮤니티 시설이 현재 운영 중이라고 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수익이 발생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객 수가 저조한 경우엔 운영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영장이나 사우나처럼 수도를 대규모로 이용해야 하는 시설은 적자가 발생하는 곳이 숱하다. 이 문제가 반드시 업체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입주 직후 시공사나 시행사의 도움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다가 입주민들에게 자율권이 넘어간 이후 문을 닫는 곳이 수두룩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은 만들었지만 입주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민대표회의가 시설을 관리하는 업체를 선정한다”며 “꾸준한 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파트 청약 당시 운영하기로 했던 시설들이 운영 미숙으로 문을 닫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에서 화려하게 포장되는 커뮤니티 시설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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