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의 자화상

스마트워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IT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스마트워치가 시장에 나온 지 꽤 됐음에도 기술 면에선 별 진전이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스마트워치를 찾고, 가격은 계속 오른다. 무슨 현상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워치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스마트워치가 혁신적인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스마트워치가 혁신적인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터치만 하면 화면에 시계뿐만 아니라 갖가지 정보가 떠오릅니다. 스마트워치 소비자들은 심플한 디자인과 시계에 없는 다양한 기능을 매력으로 꼽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애플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5년 6월 애플이 ‘애플워치1’을 공개하면서 스마트워치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했죠.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워치는 출시한 해에만 무려 1360만대를 판매했습니다. 덩달아 2014년 460만대에 불과했던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도 이듬해에 2080만대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4.5배나 늘었습니다.

얼마나 특별한 기능을 갖고 있었기에 애플워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걸까요? 우선 아이폰과 연동돼 문자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음악재생이나 간단한 앱을 실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시계 뒷면의 센서로 심박수를 체크할 수 있어 운동할 때 도움이 됩니다. 어떤가요? 기대한 만큼 ‘스마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본모델은 349달러(41만7055원)였지만 에디션 버전의 경우엔 1만 달러(1195만원)나 했으니까요. 특출난 기능이 없음에도 애플워치가 날개돋힌 듯 팔렸던 건 애플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소비자들은 애플워치의 기능보다는 ‘애플 감성’에 지갑을 열었다는 얘기입니다.

어쨌거나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스마트워치의 판이 커지자 경쟁사들도 앞다퉈 스마트워치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삼성기어’를 버리고 20 18년 ‘갤럭시워치’를 새롭게 론칭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했습니다. 꾸준히 ‘가성비 스마트폰’으로 주목을 받았던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자체 스마트워치를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2015년 65.3%에 달했던 애플워치의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에 35.8%까지 떨어졌죠.

5년 전보다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는데, 그만큼 스마트워치 기능도 크게 좋아졌을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애플은 애플워치4를 공개했지만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기능 면에서 뚜렷하게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듭니다. 애플워치 최초로 심전도(심장의 전기적 활동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이 그나마 눈에 띄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 심전도 측정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혁신 없는 스마트워치

올해 9월 출시한 ‘애플워치5’는 24시간 내내 화면이 켜진 채로 쓰면서도 배터리를 절감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밖에 자잘한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사실상 이게 개선점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애플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도 지난 8월 ‘갤럭시워치 액티브2’를 선보였습니다만 전작보다 크게 나아진 점을 찾기 힘듭니다.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메뉴가 바뀌는 ‘회전식 베젤링’ 기능이 추가된 것이 거의 유일한 차이점입니다. 이 모델도 심전도 측정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애플워치와 마찬가지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스마트워치의 기능 중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없다.[사진=뉴시스]
스마트워치의 기능 중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없다.[사진=뉴시스]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들 중엔 고도계·기압계·나침반 등 아웃도어나 위급 상황에서 주로 쓰이는 기능들이 적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비교해 보면 스마트워치의 더딘 발전 속도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야 기술혁신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5년 전보다 기술 면에서 크게 달라졌습니다. 디스플레이나 카메라 기술은 비약적으로 향상했고, 지문·홍채·얼굴 등 다양한 보안기능도 추가됐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능도 갖추고 있는 데다 최근엔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삼성전자 갤럭시폴드)도 등장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워치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 제조사는 꾸준하게 스마트워치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습니다. 애플워치4(399달러)만 해도 초창기 모델(349달러)보다 50달러가 올랐죠. 오히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흥미로운 통계도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워치의 1대당 평균 판매가(ASP)는 289달러(34만5355원)로 조사됐는데, 이는 같은 해 271달러(32만3845원)를 기록한 스마트폰 ASP보다 6.6%가 비쌉니다. 한때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의 사은품쯤으로 여겨졌었던 걸 생각하면 스마트워치의 위상이 크게 오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비싸지기만…

이런 논란을 두고 “기술이 어쨌든 간에 소비자가 좋아하면 그만 아니냐”는 반박도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업계에선 스마트워치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2년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1억1520만대로 올해(7409만대)보다 55.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손목에 찰 아이템으로 시계보다 스마트워치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란 얘기입니다.

그렇기에 별 기능 개선 없이 가격만 오르는 스마트워치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번 써보고 서랍에 넣어두는 ‘예쁜 소장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스마트워치를 쓰는 959명 중 29% (278명)가 “스마트워치 활용을 중단했다”고 답했다는 가트너의 예전 설문조사(2016년)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그리 유용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죠. 스마트워치는 언제쯤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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