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 명암

유통업계의 뉴트로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유통업계의 뉴트로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올해 유통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뉴트로(Newtro)다. 오늘도 패션·주류·가전 등 업계 전반에서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제품의 옛날 패키지를 현대적으로 복원하거나, 수년전 판매 중단한 제품을 재출시하는 식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식음료 업계다. 

최근 오비맥주는 1952년에 출시한 ‘OB라거’의 패키지를 새롭게 해석한 제품을 내놨다. ‘오비-라거’를 복고풍 글씨체로 쓰고 과거에 사용된 곰 캐릭터를 배치했다. 편의점 CU는 지난 5월 삼양과 손잡고 ‘별뽀빠이·짱구 라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1972년(별뽀빠이), 1973년(짱구)에 탄생한 과자를 라면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뉴트로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판매 중단한 제품들을 다시 내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늘었다”며 “품질은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으니 이미지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력이 긴 브랜드는 헤리티지(전통성)가 있어 활용하기 유리하다”며 “개발비는 거의 들지 않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보니 트렌드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트로 제품이 옛것보다 못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은 롯데칠성음료와 협업해 ‘델몬트’ 주스병 세트를 내놨다. 과거 주스병을 물병으로 재사용하는 집이 많았다는 데 착안한 제품이었다. 2만1900원짜리 세트는 주스병 1개, 오렌지주스(180mL) 2병, 유리컵 2개로 구성됐다. 3000개 한정으로 출시한 제품은 곧 품절됐지만 가격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어떻게 빈병을 2만원대에 판매하냐’는 소비자의 불만이 나와서다.

기업이 뉴트로에만 의존해선 버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부) 교수의 말이다. “뉴트로 제품은 신제품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서다. 결국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기업의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되, 뉴트로 제품은 보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거다.” 과거의 인기만 믿다간 현재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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