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은 다르지 않다

조류인플루엔자, 돼지열병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은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조류인플루엔자, 돼지열병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은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사진=뉴시스]

폐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확산하면서 수천 마리의 동물이 살처분되고 있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 때는 약 300만 마리의 동물을 생매장하는 비극도 겪었다. 조류인플루엔자ㆍ돼지열병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건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면역력과 건강이 파괴되는 동물 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저주’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신간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는 우리가 먹고, 키우고, 보고, 이용하는 동물 이야기다. 이 책은 일종의 동물권動物權 입문서다. 많은 이들에게 낯선 권리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동물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들을 알아본다. 

이 책에서 ‘인간’은 ‘인간동물’로, ‘동물’은 ‘비인간동물’로 지칭된다.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과일과 채소를 좋아하지도 않던 저자가 고기를 끊으면서까지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관련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은 다르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저자는 동물이라는 범주 안에 인간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나누고, 비인간동물 중에서도 착취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랑해 마지않는 동물로 나눈다. 똑같은 종인 개를 두고 ‘반려동물’과 ‘식용견’으로 구분하고,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안쓰러워하다가 황사로 칼칼해진 목을 위한다며 삼겹살집에 들른다.

비인간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인간이 얼마나 인간 중심의 정의와 해석에 익숙해져 있는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대상화ㆍ도구화돼 왔는지 짚어본다. 

1부는 동물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흐름,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현실, 일상용품이나 전시물로 희생되는 동물 문제, 비인간동물에 대한 이중 잣대의 모순 등을 다룬다.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이중인식을 극복하는 방법 등도 담고 있다. 

2부는 채식을 지향하거나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는 열명의 경험과 이야기를 인터뷰한 기록이다. 동물권에 관심 갖기 시작한 초심자, 동물권이라는 주제를 어떤 방향이든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성적ㆍ윤리적 입장을 세우지 못한 채 연민의 시각으로만 동물을 보는 사람들 등 각기 다른 입장에서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투계들은 비참한 말로를 맞지만 싸움판에 오르기 전까진 넓은 공간에서 햇빛을 만끽하고 사람들보다도 나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이에 반해 ‘치맥’용 닭은 불결한 환경에서 하늘은 구경도 못한 채 다리와 폐에 통증을 느끼며 지낸다. 지긋지긋한 먹이를 42일간 먹다가 상자에 담겨 공장으로 이동해 거꾸로 매달려 감전사한다고 알려졌다.

저자는 묻는다. “투계꾼이 더 나쁜가, 치맥에 열광하는 자가 더 나쁜가. 동물학대 가해자의 범주 안에 나는 없었는가, 없는가, 없을 것인가.” 이 책은 저자의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 가지 스토리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정나영 지음|미래의창 펴냄


지난해 46만개의 가게가 창업했고, 40만개가 폐업했다. 저자는 소규모 상점의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의 고리를 관찰하며, 이국 땅에서 매일 드나들었던 가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작은 가게의 핵심은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관계에서 비롯된 애착이 작은 가게의 유지와 생존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거다. 우리의 도시가 당혹스러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건 관계의 부재 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왜 우리는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을까」
외르크 베르나르디 지음|시금치 펴냄


독일의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의 편집자로 일하다 프리랜서 저술가로 변신한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 삶의 중요한 10가지를 주제로 칼럼을 썼다. 이를테면   ‘내가 정말 존재할까’ ‘왜 동물을 먹을까’ ‘친구는 얼마나 많을 수 있을까’ 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철학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익숙한 것에 의문을 던지고 내 삶을 돌아보고, 감각과 경험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거다.

「숨그네」
헤르타 뮐러 지음|문학동네 펴냄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대표작 「숨그네」가 리커버 특별판으로 발행됐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17살 독일 소년의 삶을 그렸다.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소년의 삶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강제 수용소에서 5년을 보낸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