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디플레 논쟁,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1.3%면 괜찮을까
또 디플레 논쟁,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1.3%면 괜찮을까
  • 강서구 기자
  • 호수 360
  • 승인 2019.10.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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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디플레 갑론을박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4%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부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의 둔화세를 보여주는 지표가 숱해서다. 정부의 말대로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3%에 달해도 ‘디플레’를 억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다시 불붙은 디플레 갑론을박을 취재했다. 

정부의 해명과 달리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은 숱하다.[사진=뉴시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다.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05.65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9월 105.20으로 떨어진 결과다. 196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8월(-0.38 %)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시장에선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하락세가 3~7년간 지속됐다”며 “우리는 농산물·유가 등 공급자 측 충격에 따른 것으로 2~3개월의 단기간에 걸친 물가하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 지연이 함께 나타난다”며 “소매판매액 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8월에는 3.9%(전월 대비)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농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3.9%나 하락한 데다 9월 무상교육 확대 등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납입금(-36.2%), 급식비(-57.0 %), 병원검사료(-10.3%) 등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언급했듯 정부는 기저효과를 얘기하며 “연말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 중후반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을 소비자물가가 완전히 상승한 것으로 해석해도 괜찮느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전망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0%, 0.7%에 불과하다. 2020년에도 저물가가 지속되면 기저효과라는 핑계를 대기 어렵다는 거다. 전문가들이 기저효과를 논하기 전에 지표의 방향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며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나타나는 기저효과는 일종의 추세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내년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쉽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기저효과를 십분 반영하더라도 소비자물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은 숱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9월 전년 동월 대비 0.6%를 기록했다. 3월 0.9% 이후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월 0.3% 이후 가장 낮았다. 둔화 속도도 문제다. 2월 1.3%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근원물가의 하락은 소비·투자·생산 등의 활동이 위축돼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0.4% 기록한 소비자물가상승률

물가수준이 광범위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구성하는 460개 품목의 가격하락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2012년 16.2%였던 가격하락 품목 비중은 지난해 28.0%로 상승했다. 올 9월에는 158개 품목의 가격이 하락해 비중이 34.3%로 치솟았다. 근원물가 구성 품목의 가격 하락 비중도 2017년 22.1%에서 올해 7월(누계기준) 27.1%로 상승했다. 물가 하락세가 확대할 조짐을 보인다는 의미다.

생산자물가지수(PPI)의 둔화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PPI는 -0.6% (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월(-0.6%) 마이너스로 돌아선 공산품 PPI는 8월 -1.70%로 하락폭을 키웠고, 서비스 PPI도 6월 1.5 0%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떨어지는 것도 디플레이션의 전조다. 중국의 PPI가 최근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두고 ‘D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부진이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면 시장의 우려처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마이너스 물가는 경기침체 영향보다는 농산물·유가·정부정책 등에 원인이 있다”면서도 “마이너스 물가를 경험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감안할 때 경기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바닥을 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이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연말이면 좋아진다’ ‘내년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성장세가 악화하고 물가하락 현상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물가하락이 소비와 투자 부진, 물가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걸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저물가 현상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수요 압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사용해 경제주체의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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