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의 현실적인 가이드라인

2011년 첫 셰어하우스가 나온 이후 8년 만에 셰어하우스 시장은 4600여실로 커졌다. 동시에 ‘예쁜 고시원’이라는 오명도 생겼다. 인테리어만 잘 갖춰놨을 뿐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도 숱해서 다. ‘집’이 아니기에 최저주거기준이 따로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 때문인지 국토교통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민간 셰어하우스의 사각지대를 취재했다. 

셰어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은 사실상 없다.[사진=뉴시스]

#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진 대학생 A씨는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구해야 했다. 마침 학교 근처에 셰어하우스가 생긴 데다 월 20만원대로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혼자 쓰는 방은 없었고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방은 평범한 크기였지만 8인 1실이었다. 잠만 자는 것으로 생각해도 8명이 한방을 써야 한다는 부담에 A씨는 조금 비용을 더 지불하고 다른 곳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끈, 집을 찾아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어떻게 집을 이렇게 지었을까’ 싶은 원룸이 등장하고는 한다. 사람이 혼자 살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집은 허가를 내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집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건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모양이 어찌 됐든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한다면 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다. 그렇다면 A씨가 본 ‘8인 1실’ 셰어하우스 침실은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단할 수 없다. 셰어하우스는 최저주거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셰어하우스의 형태부터 살펴보자. 침실을 공유하고 주방·욕실 등은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1개의 침실이 독립된 주택의 기능을 할 수 없어서 침실 자체는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준 면적은 14㎡(약 4평)다. 8인실 침실이 있더라도 전체 주택 면적이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한다면 제재할 수 없다.

셰어하우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셰어하우스의 면적 관련 법적 기준은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만든 셰어하우스 가이드라인이 그나마 공식적인 기준이다. 셰어하우스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 포함하면서 공급을 위한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주거학회가 최종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유형 주택(셰어하우스) 가이드라인은 총 23개다.

7년 만에 가이드라인 나왔지만…

가이드라인은 면적부터 소방시설, 입주 이후 서비스 항목까지 필수 혹은 권장 항목으로 설정했다. 면적부터 살펴보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셰어하우스 1인 침실은 최소 ‘7㎡(약 2평)’를 확보해야 한다.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지만 2인 1실의 경우에는 14㎡(약 4평) 이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거주자가 1인 1실을 선호하고 있고 셰어하우스 문화가 자리 잡은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1인 1실 셰어하우스로 공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인실이 보편적이고 4~8인실까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이드라인이 정착할 경우 주거환경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개인실(침실) 안전시설에도 기준이 설정됐다. 창문과 문이 각각 1개 이상 있어야 하고 잠금장치를 달아야 한다. 부엌과 개인실에 소화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입주자들은 주기별로 대피 교육도 받아야 한다.

설비뿐만이 아니다. 셰어하우스 입주를 위한 생활 규약은 필수다. 입주자 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입주자의 생활을 관리하고 도울 수 있는 전담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권장 사안이다.

문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모든 셰어하우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민간업체나 개인이 보유하거나 빌린 부동산으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는 면적 기준이나 시설 설비, 운영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A씨가 본 개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의 ‘8인 1실’ 침실은 여전히 시설을 개선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주한 연구 용역에 따른 가이드라인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셰어하우스 태반이 국토부 손 밖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 형태로 만들어지고 이중 셰어하우스인 공유형 주택은 그중 극히 일부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돼야 할 셰어하우스는 아직 완공된 곳도 많지 않다. 셰어하우스 시장조사업체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셰어하우스는 총 4600여실에 달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1곳도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은 민간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 적용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민간 셰어하우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해서 관련 민간 조직들이 응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태까지 국토부나 지자체에서 셰어하우스 내부 시설을 감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뒤늦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민간 셰어하우스까지 적용하느냐다. 지난해 국토부는 “주택 최저주거기준부터 재설정하겠다”면서 민간 시장 셰어하우스 기준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발표 예정이었던 최저주거기준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사이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는 1000여실이 더 늘었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4600여실의 셰어하우스는 앞으로도 규제 밖에 남게 된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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