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사진=뉴시스]

# 비정규직 관례 

갑작스레 화장실 청소를 하는 분이 안 계시면 화장실은 금세 더러워질 거다. 이처럼 비정규직들의 업무는 인력이 갑자기 빠지면 곧바로 불편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빠른 인력 충원이 중요하단 얘기다. 그래서 예전엔 직원들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공채도 없이 투입되는 경우가 흔했고, 관례처럼 통용됐다. 임시로 투입됐다가 장기근속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눈으로 보면 이런 행위는 ‘불공정 채용’이다.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관행도 바뀌는 게 옳다. 

# 유리한 출발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일반직(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그중 일부가 공사 내부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었고,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밝히겠다는 취지였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반직 전환 대상자 1285명 중 192명(14.9%)이 친인척이었다.

공사 측은 “친인척이 있을 만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단지 친인척이 있다는 것만으로 ‘고용세습’이라 비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백번 양보한대도 ‘친인척 찬스’가 쓰였을 가능성까지 배제하긴 힘들다는 거다. 친인척이 내부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정보만 흘려줘도 남들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설 수 있어서다. 

# 억울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감사원 발표에 발끈했다. 불공정 채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언급했듯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사원 결과를 무조건 부정해선 안 된다. 불공정 채용이라는 걸 서울교통공사에만 덧씌울 순 없지만 잘못된 건 잘라내야 한다. 관례와 불공정, 그건 백지장 한장 차이일 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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