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드 마티스 프라운호퍼 응용센터 소장

미래사회의 핵심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하지만 AI를 둘러싼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많다. 일자리부터 윤리적인 문제까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소외는 숱하게 지적받는 문제다. 과도한 우려일까. 독일의 하랄드 마티스 프라운호퍼 응용센터 소장은 되레 AI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마티스 소장의 주장을 들어봤다.
 

마티스 소장은 움직임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티스 소장은 움직임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몸과 마음의 안정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 물질적인 풍요 못지않게 정신적인 풍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웰빙(well-being)’ 바람이 뜻하는 의미다. 통상 웰빙을 추구한다는 건 현대 문명이 만든 첨단기술을 멀리한다는 말로도 통한다. 웰빙이란 게 현대 산업사회가 야기한 병폐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을 띠고 있어서다. 

실제로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반발이 잇따른다. 미래사회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AI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 거란 주장은 숱하다. 이런 맥락에서 하랄드 마티스 프라운호퍼(독일 최대 응용과학연구소) 응용센터 소장의 주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과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가 주최한 ‘한독 AI 및 디지털화 산업전략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를 맡은 그는 “AI를 통해 웰빙을 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물의 품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문명과 첨단기술이 지적받아온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AI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라는 거다. 마티스 소장이 말하는 AI의 뉴트렌드를 자세히 들어봤다.
[※참고 : 독자편의를 위해 마티스 소장의 주장을 1문1답으로 정리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AI를 통해 웰빙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홀로 사는 노인을 살피는 돌봄시스템이란 게 있다. 도우미가 정기적으로 들러 독거노인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돌보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거다. 하지만 자칫하면 독거노인의 존엄성과 자율적인 삶을 해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I는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웹캠을 통해 독거노인을 살피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바로 도우미를 출동시킬 수 있다.”

 

마티스 소장은 지난 16일 열린 ‘한독 AI 및 디지털화 산업전략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를 맡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마티스 소장은 지난 16일 열린 ‘한독 AI 및 디지털화 산업전략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를 맡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흥미로운 얘기다. 하지만 웰빙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직장인들의 능률을 높이고 건강을 챙기는 데도 효과적이다. 가령, AI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휴식을 취해야 할 시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중요한 건 AI는 사람이 이를 의식적으로 느끼기 전에 먼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 AI가 사람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건데, 어떻게 가능한가.
“움직임을 분석하는 거다. 직원이 장기간 집중해서 일할 때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얼마나 집중도 있게 일을 했고, 언제 휴식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이 단지 누워있는 건지, 쓰러진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AI의 예측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 원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중요한 건 양질의 데이터다. AI도 크게 보면 데이터 기반 모델의 하나다. AI는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자가학습’을 한다. 이렇게 수집ㆍ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AI는 업무ㆍ의사결정ㆍ생산방식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 지속성도 중요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시점에 그치지 않고 최적화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외부 조건의 변화에도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이유다.” 

✚ 하지만 기존 AI 기술과 별로 차별화가 없는 듯하다.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웰빙 및 생산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살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는 ICT 영역이든 생산ㆍ제조 영역이든, 농업에서든 모두 적용할 수 있다.”

✚ 예를 든다면…
“유럽에선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동물 농장의 환경을 계측하는 건 어렵다. 당연히 동물들에 생긴 변화도 일일이 체크하기 어렵다. 하지만 AI는 번호표를 달거나 하는 과거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동물들을 개별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동물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서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이 공격성을 띠기라도 하면 바로 알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시스템은 농장주와 동물 모두에게 이롭다.”

✚ 움직임을 통해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축구경기장과 같은 곳에선 많은 군중이 몰려 있는 데다, 비슷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돌발행동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군중 이동의 패턴을 분석하는 AI 시스템을 통해선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독일에선 얼굴을 인식하는 걸 꺼린다. 하지만 움직임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다는 데엔 모두 수용한다.”

✚ 말했듯 첨단기술은 늘 우려를 낳았다. AI는 그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생산 방식은 통제ㆍ생산이론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생산 방식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설명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AI는 여기에 부합할 수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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