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생명과 사랑, 아름다움에 관한 단상

저자는 우리 주위의 작고 사소한 일상이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우리 주위의 작고 사소한 일상이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 ‘풀꽃’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사소한 것, 보잘것없는 것, 낡은 것들에 대한 시인의 무한한 관심과 사랑이 일상에서 하찮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가 출간됐다.

그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이다. 생명과 사랑, 아름다움에 관한 진솔한 단상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위로한다. 저자는 여전히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세상에 보내는 그의 따뜻한 시선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덕분에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풀꽃과 길, 자전거와 몽당연필, 봄과 초여름, 아이들과 시 등 우리 주위의 작고 사소한 일상이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생 풀꽃을 그려왔던 시인의 이력과 교사로서의 삶을 통해 태생적으로 풀꽃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그저 시가 잘 안 써져서’ 연필로 풀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자의식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스스로가 한 송이의 풀꽃이나 한 낱의 이파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에게 그것은 사물의 본질에 부지불식 닿았다가 돌아오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며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이기도 했다.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기사회생한 경험을 계기로 ‘세상 모든 목숨을 가진 생명체들은 나름대로의 몫이 있고 제 목숨의 몫만큼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에 모든 목숨을 가진 존재는 자유로워야 함을, 그래서 ‘나처럼 살지 말고 너처럼 살아라’고 당부한다. 각각의 방식대로 살면서도 서로 충분히 조화를 이뤄 하나로 잘 어울려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산문집은 저자의 일기이자 한 편의 시이며 또한 단상이다. 저자는 오랜 관찰을 통해 식물에게든 인간에게든 시련과 결핍은 하나의 축복이라는 진리를 깨쳤다고 말한다. 이런 모순의 미학을 일찌감치 풀꽃으로부터, 길로부터, 시로부터, 아이들로부터 배웠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 흔하고 흔한 것들, 반복되는 일들 가운데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저자의 지혜와 노력이 행간에서 반짝인다. 

저자는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일”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세상을 더 깊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가 열리고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비밀은 바로 그 안에 숨어 있다고 말이다. 그런 까닭에 내 눈앞에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상과 소통하고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빛이 열리는 것 같은 경험을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편지처럼 꾸밈없이 펼쳐낸다. 

“이 세상에 필연성 없이 태어나는 목숨이 있으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고 자연과 교감하는 저자의 밝은 정서가 독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 가지 스토리

「페인트」
이희영 지음|창비 펴냄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는 이 도발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국가가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청소년이 부모를 면접 보고 선택하는 새로운 풍경을 그렸다. 소설 제목 ‘페인트’는 부모 면접을 뜻하는 아이들의 은어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나아가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청소년의 시각에서 질문한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문학동네 펴냄


김금희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장인의 도움으로 1인 출판사를 운영했지만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던 ‘나’의 이야기다. 세속적인 아내와 장인에게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자괴감을 느끼던 주인공은 ‘낸내’라는 아이디의 독자로부터 때늦은 컴플레인을 받는다. 낸내를 알게 되고 기이한 활기를 얻게 되지만 그 정체가 선명해질수록 낭만도 빛을 잃는다.

「죽음의 에티켓」
롤란트 슐츠 지음|스노우폭스북스 펴냄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각기 다른 네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는 죽음을 다룬다. 5살에 암으로 죽음을 맞이한 어린 아이, 인생샷을 찍겠다며 건물 난간에 올랐던 29살 청년, 요양원의 80세 할머니, 가족에 둘러싸여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당신’까지. 독자를 죽음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죽음을 겪고 있는 일로써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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