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IPO 딜레마

현대카드가 주식시장 상장에 나섰다. 시장에선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기업가치다. 기업가치가 너무 낮으면 FI의 반발을 살 수 있고, 너무 높으면 투자자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현대카드의 IPO 딜레마를 분석했다. 

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태영(가운데) 현대카드 부회장.[사진=뉴시스]

얼어붙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급 종목이 나타났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4위의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주관사 선정을 위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IPO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대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카드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IPO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FI의 자금회수 차원이란 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FI가 전체 지분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IPO의 목적이 FI의 자금회수인 것만은 아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IPO의 목적이 FI의 자금회수에 맞춰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3곳은 2017년 현대카드의 지분 24.0%(약 3700억원)를 사들이며 FI에 이름을 올렸다. FI의 투자기간이 통상 3~5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자금회수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2020년 1월까지 현대카드를 상장해 자금 문제를 돕겠다는 내용을 주주간계약에 포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주주인 현대차가 FI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쉽지 않다.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업 관련도가 떨어지는 현대카드의 지분을 늘리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현대카드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다. FI의 기대수익을 충족하기 위해선 적어도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비교군인 삼성카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4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7576억원가량(순자산 3조2549억원×0.54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기업가치가 높은 게 능사인 것도 아니다. 지난 10년간 상장한 금융회사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높은 공모가가 되레 흥행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너무 낮으면 FI의 반발을 사고, 기업가치가 높아져 공모가가 올라가면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카드 IPO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의 반응은 반반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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