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할로윈데이… 지금은 ‘상술의 시간’
빼빼로데이, 할로윈데이… 지금은 ‘상술의 시간’
  • 이지원 기자
  • 호수 361
  • 승인 2019.10.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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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못된 마케팅

‘부장님도 챙겨야 할까’. 직장인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ㆍ화이트데이와 함께 대표적인 기념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빼빼로데이는 다소 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가 부쩍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유통업계들은 또다른 ‘데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10월 31일 열리는 할로윈데이다. 그 때문인지 할로윈데이에도 ‘상술’이 조금씩 깃들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상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봤다. 

빼빼로데이와 할로윈데이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사진=뉴시스]
빼빼로데이와 할로윈데이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사진=뉴시스]

1만7818원.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이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챙기는 데 쓴 평균 지출 비용(이하 잡코리아)다. 직장인은 이보다 많은 2만564원을 빼빼로데이 목적으로 썼다. 빼빼로데이가 ‘챙겨야 하는’ 대표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런데 최근 빼빼로데이의 인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정 업체가 주축이 된 기념일이라는 거부감과 수년째 거듭돼온 ‘상술’ 논란이 소비자의 염증을 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매년 빼빼로데이 때마다 주요 유통채널에서 인형 등을 포함한 ‘빼빼로 바구니’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빼빼로데이의 흥행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롯데제과 빼빼로와 함께 주요 제품으로 꼽히는 ‘포키(pocky)’가 일본 글리코사 제품(국내 유통은 글리코해태)인 데다, 두 제품은 원조 논란까지 겪고 있다. 

이런 점이 빼빼로데이 행사를 열어온 유통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까지 2~3주 남은 만큼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면서 “사회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빼빼로데이 이벤트를 벌이기가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1월 11일이 끼어있는 4분기 기준, 롯데제과의 빼빼로 매출액은 매년 감소세를 띠고 있다. 2016년 732억원에서 지난해 531억원으로 27.4% 쪼그라들었다. 그래서인지 유통업계는 비슷한 시기의 할로윈데이(10월 31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로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관이 곳곳에 설치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는 30일까지 ‘해피 핼러윈 대축제’를 운영한다. 할로윈 제과ㆍ음료 등 200여종을 판매하고, 2만원 이상 구매시 사은품을 증정한다. 이커머스업체 쿠팡은 31일까지 ‘캔디ㆍ초콜렛’ ‘할로윈 코스튬’ ‘할로윈 파티ㆍ포장선물’로 구성된 ‘할로윈 테마관’을 운영한다. 

편의점 업계도 적극적이다. BGF리테일(CU)는 할로윈 기획 상품 6종을 출시하는 등 올해부터 할로윈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GS리테일(GS25)은 지난해 3000개 매장에서 판매하던 할로윈 상품을 올해 전 점포 판매로 확대했다. 유통업체뿐만이 아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할로윈 행사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할로윈 콘셉트 매장을 종전 4개에서 8개로 확대하고, MD상품까지 출시하는 등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케이크•빵 등 할로윈 기획 상품을 2017년 14종에서 올해 30종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이들 업체가 할로윈데이 마케팅을 확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고받는 할로윈데이 풍습 덕택에 제과류나 디저트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참고: 미국의 대표적 축제 할로윈데이는 고대 켈트족 문화에 기반한다. 10월의 마지막 날 귀신 분장을 한 아이들이 이웃집에 찾아가 “Trick or treat(과자를 안주면 장난 칠 거야)”라고 외치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얻는다.] 


실제로 주요 유통업체들의 할로윈데이 제과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U의 할로윈 데이 스낵류 매출 증가율은 3년 연속 두자릿 수(2016년 이후 26%ㆍ29%ㆍ32%)를 기록했다. 지난해  GS25에선 할로윈데이 사탕 매출액이 145%(이하 전주 동요일 대비), 쿠키 매출액이 243%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2017년 할로윈 기간(10월 19일~11월 1일) 제과류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50%가량 늘었다. 제과류뿐만 아니라 코스튬 등 할로윈 관련 용품 판매량도 부쩍 늘어났다. 생활용품업체 다이소는 2013년 관련 상품을 처음 출시했는데,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40%대에 달했다. 

이렇게 할로윈데이 관련 매출이 늘어나는 건 ‘상술 논란’에서 아직까진 자유롭기 때문이다. 할로윈데이가 빼빼로데이와 달리 실제 축제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거부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할로윈 문화는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 등을 중심으로 확산해 젊은층이 즐기는 축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친구들과 할로윈 파티를 계획 중인 대학생 김선영(24)씨는 “할로윈데이는 기업이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만들어낸 일련의 ◯◯day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 박은영(37)씨도 “아이가 할로윈 의상을 입고 분장하는 걸 워낙 즐거워 한다”면서 “요즘처럼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시대에 하루쯤 파티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년째 반복된  ‘상술’ 논란 탓인지 빼빼로데이에 염증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수년째 반복된 ‘상술’ 논란 탓인지 빼빼로데이에 염증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하지만 할로윈데이가 인기를 끌수록 상술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호텔업계가 어린이 대상 수만원대 할로윈 축제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그 신호탄이란 지적이 많다. 예컨대, 제주신라호텔은 할로윈 기간에 마술 공연을 관람하고 할로윈 복장으로 퍼레이드를 하는 어린이 축제(매지컬 핼러윈 파티)를 진행하고 있다. 투숙객이 아닌 어린이가 참여할 경우, 2시간가량 이벤트에 1인당 3만원의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할로윈은 정말 다를까 

할로윈데이가 축제가 아닌 상술로 변질된다는 비판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유통업계들이 할로윈 마케팅을 전국적으로 펼치면서 시장을 키웠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도 출발점도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여학생들이 빼빼로를 주고 받던 놀이문화에서 시작한 빼빼로데이는 기업이 참여하고 판이 커지면서 상술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술은 놀이문화만 퇴색시키는 건 아니다. 상술은 가격에 ‘거품’을 붙이고,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극단적인 경우엔 소비시장이 왜곡되고, 관련 제품의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이 펼치는 ◯◯day 마케팅을 허투루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이승신 건국대(소비자학) 교수는 “그동안 아이들을 중심으로 즐기던 할로윈 문화가 소비력을 갖춘 성인층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할로윈데이가 상술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소비자가 견제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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